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짐싸는 용산주민…문닫는 중개업소…
용산 국제업무지구개발 디폴트 100일…그후…
사업파산 직격탄 서부이촌동
주민들 희망 접고 이사 잇달아
매매는 없고 전세매물만 늘어
상가 거래도 사실상 사라져
중개업소 개점휴업…폐업도 속출



#1. “문닫는 중개업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굳이 여기에 있을 필요가 있나요?” (용산구 서부이촌동 A공인 최 모대표)

#2. “한 달동안 매매거래 두 건 했습니다. 어렵지만 그나마 간간히 고객이 찾아오는 걸로 버티고 있습니다. ” (용산구 한강로 D공인 박 모대표)

용산 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이 디폴트 선언(3월13일)한지 100일. 19일 찾은 용산구 일대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쇼크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00일동안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정책이 나왔지만 용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때 장밋빛 꿈에 부풀었던 서부이촌동은 디폴트의 직격탄을 맞은 뒤 희망을 접고 떠나는 주민들로 인해 전세 매물이 많이 쌓였다.

이날 찾아간 서부이촌동엔 몇몇 공인중개사들이 문을 열었지만 사실상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비온 뒤 후텁지근한 날씨가 지속됐지만 찾아오는 고객이 없다보니 전기요금 줄인다고 아예 에어컨을 꺼두는 중개업소가 태반이다.

그나마 일부 중개업소는 주민들이 개발 사업의 꿈을 접고 떠나면서 내놓은 전세 매물을 중개하며 간신히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A공인중개업소는 지난 3월 2곳에 그쳤던 전세 거래가 이달 들어선 6∼7곳으로 늘었다. 인근에 위치한 몇몇 사무실도 A중개업소와 비슷했다.

 
용산구 주변 공인중개업소 가운데 상당수가 용산개발 디폴트 이후 100일동안 지속된 거래 실종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사진은 문을 닫은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이곳 A공인 최 모 대표는 “거주민들의 이주가 가속화 되면서 나온 전세물건이 전체적으로 10개정도”라며 “어제도 대림아파트 85㎡ 전세를 1억8500만원에 가계약했다”고 말했다. 반면 매매 거래는 여전히 제로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저가 매수세가 있지만 매도-매수자간 가격 차이가 5000만원을 웃돌아 계약 성사가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B공인중개업소에선 매매를 문의하러 왔다가 가격이 안 맞아 돌아가는 매도자를 목격했다.

요즘 용산 일대엔 상가나 건물 등을 저가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간간히 찾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나 상가 및 빌딩 중개에 관심을 갖는 공인중개사들이 하나둘 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같은 수요가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공인중개사가 대부분이다.

이날 서부이촌동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이한철(38ㆍ가명)씨는 “작은 상가를 알아보러 왔지만 용산 개발이 재개된다 해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선뜻 마음이 내기지 않는다”며 중개사의 설명을 몇마디 듣더니 이내 발길을 돌렸다.

서부이촌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기자가 용산개발 파산 얘기를 꺼내자 폭포수 같은 불만을 쏟아냈다. 서부이촌동 주민만 피해를 본게 아니라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겉으론 상황이 나아지는 것 처럼 보여도 폭발 직전”이라며 “개발사업 주체들이 사기꾼 같다. ‘잘못 걸렸다’는 느낌뿐”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현재 이곳 공인중개사 20명은 6년전 서울시가 지정한 ‘이주대책기준일’ 이후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이유로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이들이 제시한 피해액은 어림잡아 50억원에 달한다. 한강로 주변을 비롯한 서부이촌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거래가 뚝 끊기면서 경영난에 빠진 실정이다.

한강로 D공인의 박 모 대표는 “5~6년전 3.3㎡당 1억5000만원하던 상가 지역 지분가격이 최근 3분의 1토막났다”며 “용산 2ㆍ4구역 재개발사업지도 사업지연 때문에 권리가액을 재산정하고 일반분양가도 조정하는 등 활로를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 전문위원은 “현재 용산의 경우 일부 지역은 실거래가격이 고점대비 40%까지 떨어졌을 만큼 후유증이 심하다”며 “이 지역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려면 장기간 조정을 거치며 매물이 소화돼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