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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남양유업은 세발의 피’...‘수 조원대 리베이트 오가는 의료계 갑을관계’
어떤 분야에서나 ‘갑을 관계’는 존재하지만 제약회사에게 병원과 의사, 약사는 회사의 매출과 생사여탈권을 쥐고있다고 할 정도로 군림하는 ‘갑중의 갑’이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한 질환에 쓰이는 수 많은 의약품 중에서 어떤 약을 쓰는가는 전적으로 의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약회사에게 병원과 의사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고 그로인한 리베이트는 오랜 관행이자 그들의 표현대로 ‘필요악’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일반의약품의 경우도 이번에 남양유업 사태를 부른 이른바 ‘밀어넣기’ 관행이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지는 오래된 얘기이다. 남양유업사태와 다른 점은 갑이 제약회사가 아니라 약국이라는 점이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매출목표를 채우기위해 무리하게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반품된 제품대금을 자비로 충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한 경우이다. 최근에는 한 중견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사채를 끌어다 밀어넣기를 하다 목숨을 끊은 일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제약업계와 병원, 의사간의 리베이트 규모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5년 동안의 제약사 리베이트 규모는 검·경 등이 적발한 것만 1조 1400여 억원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제약회사와 병원과 ‘관계를 트는’ 이른바 ‘랜딩비’(약품 채택 대가로 병원에 최초로 지급하는 돈)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대략 의약품 납품가격의 20%에 달한다. 관계를 맺고 난후에는 다양한 방법의 ‘상납’이 이루어진다. 랜딩비나 병원 건물신축비용의 일부를 대는 것은 리베이트를 주는 쪽과 받는 쪽을 다 같이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되기 전에 횡행했던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다.

최근에는 ‘쌍벌제’를 피해가기 위한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의사들의 각종 학회ㆍ세미나에 대한 지원은 기본이고다. 물론 ‘쌍벌제’를 피해나가는 방법들이 동원된다. 일부 제약사들은 영업사원 명의의 신용카드를 의사에게 대여해 주거나,고액의 상품권제공, 골프접대도 모자라 카드깡까지 해가며 현금을 만들어 리베이트로 제공한다. 심지어는 거래병원 의사들의 몇 분짜리 인터넷 강의를 영업사원이 듣고 강의료 명목으로 수 백만원을 주는 등 신종수법들이 동원되는 실정이다.

특히, 복제약(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신약과 약효와 성분이 같은 카피약)에 대한 국내 제약사들의 높은 의존도는 리베이트를 부추킨다. 수 십개의 제약사가 품질이 똑같은 복제약을 생산하다보니 결국 의사에게 누가 더 좋은 서비스(리베이트)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영업전쟁의 승패가 가려진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오리지널 대비 복제약의 보험약가는 80% 수준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아 마진폭이 커서 매출액의 20%를 리베이트로 제공해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은 고스란히 약값의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국내 제약산업의 취약성으로도 연결되어 또 다시 리베이트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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