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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회담무산>출발부터 위태위태... 명단 보자보자 파국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6년여만에 남북당국회담이 열리기로 예정됐던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은 11일 남북경협 재개는 물론 6자회담까지 탄탄대로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화해의 손을 맞잡는 남북 당국자의 모습을 담기 위해 15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던 오후 8시, 허탈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남북당국회담이 수석대표 급에 대한 갈등으로 무산됐다는 비보였다.

사실 이번 남북당국회담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6일 북한이 전격적으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당국회담을 제안했지만 준비과정부터 신경전에 불꽃이 튀었다.

12일 서울서 장관급 회담을 열자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응답에 북한은 “오랜만에 만나는 회담이니 9일 개성에서 실무접촉부터 하자”고 맞받았다. 본 회담을 앞두고 실무회담이 열리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지만 장소가 문제였다. 우리 정부는 “개성이 아닌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으로 오라”며 북한이 주도하는 협상 페이스에 말려 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장소를 두고 불필요한 소모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북한이 동의하면서 9일 실무접촉회담이 열렸지만 6년간 쌓인 불신의 벽은 높았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실무회담의 수석대표로 누가 나올 것이냐였다. 우리 정부는 장관급회담인 만큼 류 통일장관 맞상대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고개를 저으며 ‘상급 당국자‘를 내보내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장장 18시간에 걸친 8차례의 수석대표회의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각자 알아서 대표명단을 짜서 통보하기로 했다. 여기서 파국의 씨앗이 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의 급이 맞지 않으면 신뢰를 쌓을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사실상 장관급 회담은 물건너갔다. 김양건 부장이 오지 않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수석대표를 김남식 차관으로 급을 낮췄다.

방문측이 먼저 대표 명단을 전달하는 관례에도 불구하고 카드 도박하듯 동시에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1시 우리측 명단을 보자마자 “장관급 회담에 차관급 대표는 말이 안된다”며 생떼를 부렸고 우리 정부 역시 강지영 조평통 국장을 ‘상급(相級)’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류 장관을 내세우지 않았다.

결국 전화로 수차례 설전이 오갔지만 서로 자존심을 굽히지 않은 남북 양측은 오후 7시 북한이 철수를 선언하면서 6년만에 찾아온 대화의 기회를 날려보내고 말았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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