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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화수목금금금 … '을지로' 필요한 IT업계
개발자 76.4% 초과 근무 수당 '미지급' … 제도적 지원 및 업계 자정 움직임 필요


최근 불거진 남양유업 사태로 갑을 관계와 근로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소위 '을(乙)'의 권리 문제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임업계, 더 나아가 IT업계 역시 이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IT산업 노동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 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다는 응답이 99%를 기록했다.(914명 응답,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제공)
더욱이 야근, 휴일 근무 등 초과 수당에 대한 지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6.4%(984명 응답)에 달해 현 IT업계의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을'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6일 국회에서는 '을이라도 되고 싶은 IT노동자 증언대회(이하 IT노동자 증언대회)'가 개최됐다.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소프트웨어개발환경개선위원회 이재왕 회장 등이 참석해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특히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IT노동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약속했다. 장하나 의원은 "6월 중 하도급 문제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게임 개발자 노조 단체인 게임개발자연대를 구축한 김종득 대표는 "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업계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풍토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근은 '필수' 초과 수당은 '무소식'
그간 게임 개발자들은 소위 '열정 노동자'로 치부되며 척박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5월 1일부터 20일까지 IT노동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IT산업 노동자 실태조사'는 업계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주당 근로 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914명 중 905명에 해당하는 99%가 법정 근로 시간인 40시간 이상 일한다고 대답했다. 주당 근로 시간 한도인 68시간 이상 일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19.4%(177명)에 달했다.
특히 984명 중 752명(76.4%)은 야근, 연장 근로, 휴일 근로 등 초과 근무 시에도 수당을 지급 받지 못했다고 응답해, 근로 시간뿐만 아니라 임금 미지급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 개발의 경우 정해진 빌드(개발 기간) 내에 콘텐츠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출시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잦은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게임사에 근무하는 경우 자본, 인력 부족으로 이같은 상황이 더욱 일반적이다.
실제로 근무 시간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948명의 49.3%인 467명이 불만족한다고 응답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는 24시간 노동 기계?
지난 6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실태 고발 간담회 'IT노동자 증언대회'가 개최됐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주최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IT분야의 갑을관계 및 불공정하도급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소프트웨어개발환경개선위원회 이재왕 회장, UFOfactory 권오현 대표 개발자, 정보화사회실천연합 손영준 대표 등이 참석해 업계의 현실과 개선 방향을 이야기했다.
특히 연간 4,000시간을 넘는 과로로 폐의 절반을 잘라낸 양 모 씨, 고압적 업무 지시와 착취로 주 140시간 가량을 일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린 김 모 씨가 사태의 심각성을 증언했다.
김 모 씨는 "갑으로부터 개발자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코딩을 하는 '24시간 코딩 기계'가 돼야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 'IT노동자 증언대회'에는 IT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개발자가 참석해 권리 향상에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게임 개발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출범한 게임개발자연대의 김종득 대표는 "개발자 대다수가 포괄 임금제이기 때문에 야근이 늘어날수록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며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용인된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전했다.
예정된 발표뿐만 아니라 현장 참석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며, 'IT노동자 증언대회'는 3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열띤 분위기를 이어갔다.
권리 향상을 목적으로 IT업계 전체가 합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기에 더욱 의미있다는 것이 대회에 참석한 업계 대표인들의 중론이다.

6월, 개정안 발의로 개선 기대
'IT노동자 증언대회'를 계기로 게임 업계의 고충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더 나아가 업계인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열악한 근로 환경의 원인 중 하나를 '다단계 하도급'으로 꼽았다. 하청을 거듭할수록 최초 발주 시의 개발 비용이 최대 1/5 수준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적은 임금에 높은 노동력이 필요한 살인적인 근무를 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장 의원은 6월 중 업계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해당 개정안은 크게
하도급 관련 용어 정의
사업금액의 50/100을 넘어 하도급할 수 없도록 규정
발주자와 하수급인 간의 직접 임금 지불 사항 규정 등의 골자다.

 

 
→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6월 중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장 의원은 "업계인들의 고충을 알고 있으며 개정안을 통해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면 저임금, 야근 등의 문제가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게임 등 각 분야의 전문가, 노동자들과 함께 개정안의 효용성을 이야기하며 수정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된 후에도 개선해나가야 할 점은 많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초과 근로, 초과 임금 미지급은 해당 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게임 산업 전반의 풍토를 바꾸기 위한 자정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미니 인터뷰 |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Q. 게임개발자연대를 출범하게 된 계기는
A. 게임산업협회가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로 개명하면서, 업계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단체가 필요해졌다고 생각했다. 현재 대표, 개발자 등 다양한 직함의 분들이 동조의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Q. 본격적인 활동은 언제부터 하나
A.
아직 사무실도 없는 상황이다. 게임개발자연대를 위해서 최근 다니고 있던 회사를 퇴직했다. 수개월 안에 업계인들을 위해 연대로서의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Q. 어떤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해결하나
A.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게임 업계에도 임금, 근로 등의 심각한 문제들이 많다. 하지만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여서 모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를 고발하고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한 풍토가 될 때까지 노력하겠다. 개발자들의 힘이 절실하다.
강은별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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