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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 남북당국회담> 대화테이블 ‘원칙대로’ 새판짜기…박근혜式 대화문법 강한 의지
남북간 특수성에 ‘예외’남발했던 예전 대화
원칙 무너지며 도발→협상→지원 악순환
격맞는 당국자·1박2일 원포인트 실무회담
끌려다녔던 15년 회담史 마침표 찍는 계기로

中마저 北압박하는 현 상황 절호의 기회
강드라이브로 초반 대화 주도권 확보 노려



6년 만에 재개되는 남북당국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팽팽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과의 회담에서도 ‘게임 룰’ 변경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며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다. 15년간의 관행에서 벗어나 ‘박근혜식 대북 문법’을 통해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안보 관련 부처들이 통일부를 중심으로 남북당국회담을 잘 준비하고 정부가 그동안 견지해온 제반 원칙들과 국민의 여망을 잘 감안해 회담에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남북 대화의 가이드라인으로 ‘원칙’과 ‘국민여론’을 제시한 셈이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원칙을 남북 대화의 큰 틀로 제시한 데에는 ‘도발→협상→지원’을 되풀이했던 ‘남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중과도 맞물려 있다. ‘남북 특수성’을 감안해 예외를 하나둘씩 두면 악순환만 되풀이되고, 원칙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줄곧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여기엔 ‘북한의 의도에 끌려가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은 아예 처음부터 차단하고 가야 한다’는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강경론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이례적으로 “당국자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격(格), 그런 격들로부터 신뢰가 싹트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도 “원칙에 예외는 없다”는 ‘박근혜식 대화 문법’의 일부분인 셈이다. 이와 함께 실무적인 회담이 되려면 대화테이블에 마주앉은 사람들이 격이 맞아야 한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고 한다.

정부가 남북당국회담을 ‘1박2일의 원포인트 회담’으로 템포를 짧게 가져가는 것도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고 실리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에서 나왔다고 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 각 현안을 조각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새로운 방법론인 셈이다.

이와 함께 과거처럼 어중간한 봉합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고, 북한 대표단의 시내 관광 등 정치적 목적은 아예 처음부터 배제하고 실리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실용론’도 한몫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오랜만에 회담테이블에 앉은 만큼 새로운 원칙에 따라 실리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신간 ‘정세현의 통일토크’에서 “북한은 틈새 시간이 생기면 다음번 협상에서 몸값을 올릴 카드를 개발해놓고 느긋하게 다음 협상을 기다린다”며 “북한과 협상할 때는 ‘틈새 시간’을 주면 절대 안 된다”고 조언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처럼 ‘박근혜식 대북 문법’으로 초반부터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가려는 데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된 정세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실용론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중국이 신(新)대국 정책으로 북한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지금을 놓치면 15년간의 악순환적인 관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한 번 휘두른 채찍을 멈추면 과거와 똑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하게 나갈 때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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