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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한석희> 정권 교체때마다 공무원의 영혼은?
국민은 5년마다 똑같은 ‘악몽’을 꾼다. 권력을 새로 접수한 이들은 양손에 칼을 들고 전임 정권을 도려낸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엊그제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주인이었던 이들에게 돌팔매질을 한다. 새로운 주인님의 ‘말씀’을 100% 진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악몽’은 더 끔찍하다. 예전엔 ‘코드’와 ‘낙하산’이라는 말만 들으면 됐다. 공공기관 수장이 누가 됐든 국민은 귀만 닫으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국민은 없는 호주머니까지 탈탈 털어 전 정부의 분식회계로 구멍이 난 재정에 돈을 쏟아붓는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찜통더위에 갇혀 땀만 줄줄 흘려야 한다.

초유의 전력 대란의 원인이 된 원전 부품 비리에 청와대와 정부는 “천인공노할 일” “국민의 생명을 사욕과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비분강개하고 있다. 물론 속내는 ‘전 정부에서 잘못한 걸 우리가 덤터기를 쓰고 있다’로 요약된다. 정권 차원의 강도 높은 원전 비리 전면 재수사에 대해 ‘전방위적인 전 정권 털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정권 부정하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4월 17조3000억원의 추경 편성에선 전 정부의 ‘분식회계’가 도마에 올랐다. 성장률을 뻥튀기하고, 거두지도 못할 세수 6조원을 끼워넣어 12조원의 나랏돈이 펑크가 났다는 게 요지였다. 전 정부에서 물려받은 게 빚더미와 부정ㆍ부패뿐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여전히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영혼조차 없어 보인다. 정권은 5년마다 바뀌지만, 공무원 조직과 실무자들까지 바뀌는 건 아니다. ‘늘공(늘 언제나 공무원)’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특별 감사에서 적발한 원전 비리에 대해 수사하고, 피해를 예방해야 하는 것도 공무원이다. 그리고 나라 살림 가계부를 짜는 것도 공무원이다.

또다시 5년 만에 전임 정권 털기에 급급한 공무원들을 보면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처럼 비친다. ‘늘공’이 줏대를 가지고 ‘노(No)’를 외칠 것은 외치고 고칠 건 제때 고쳐야 5년 주기 ‘악몽’도 사라진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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