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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강명헌> 새 정부의 공정거래정책
하도급·계열사간 부당거래 제재
여론 눈치보기 전형적 포퓰리즘
경제력집중 억제정책서 벗어나
기업 신바람 투자 밀어줘야



지난 2월 말 전임 위원장이 퇴임한 뒤 두 달간의 공백 끝에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으로 취임한 노대래 위원장은 “공정위는 경제민주화 주무부서로서의 역할을 다 해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헌법 제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 개선 입법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 개선은 ‘하도급 관련 불공정행위’와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수단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최근에는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여야가 앞다투어 ‘갑(甲)의 횡포’를 규제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법’을 발의하고 있다.

국회가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불리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의결한 데 이어 정부는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개정안을 공포했다. 주요 내용은 기존의 기술유용 행위뿐 아니라 하도급 대금의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행위 등에 대해 3배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일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 및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없애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새 정부의 공정거래정책은 글로벌 시대의 공정거래정책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많이 든다. 먼저 “공정위가 경제민주화의 주무부서”라는 새 공정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공정위 수장으로서 무엇이 진정한 공정거래정책인지도 모르고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만 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을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진행 중인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 개선은 기업과 기업인을 범죄자로 간주해 전방위적 압박과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저성장과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고 경제민주화의 본질인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의 우리 공정거래정책을 평가해 보면 경제력 집중의 억제를 통한 경쟁 촉진을 도모했으나 그 성과는 미미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공정거래제도가 사업자들 간의 관계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것보다는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의 이익을 보호해 주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공정거래법의 목적에 경쟁촉진과 함께 경제력 집중 억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공정거래정책은 과거보다 더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잘나가는 자는 누르고 뺏고, 불쌍한 자는 보호하고 도와주자는 것이다.

지금의 국내외 경제상황은 경제력 집중 억제가 공정거래법에 들어간 1987년 법 개정 초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달라졌고 글로벌 경쟁상황도 많이 변했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새 정부의 공정거래정책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앞으로의 공정거래정책은 구태의연한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은 과감하게 그만두고, 경쟁촉진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몰두해야 한다. 재벌에만 배타적으로 적용되는 사전적인 직접 규제들은 과감하게 풀고, 대신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공급 측면의 경쟁정책과 수요측면의 소비자정책에 전념해야 한다.

그리고 과도한 중복제재와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기업 활동의 위축이 우려되는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개정과 법집행은 재고되어야 한다.

또한 공정위의 위원회 조직으로서의 특성과 함께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대통령이 각료처럼 마음대로 임명하고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공정위원장은 정치권과 정부의 눈치만 보고 정작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공정위원장은 법으로 임기를 철저히 보장하고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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