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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매 낙찰가가 실거래가보다 비싸다고?…왜?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지난 22일 서울 서부지법 경매2계. 은평구 응암동 277.76㎡ 원룸주택(고시원)이 경매에 나와 10억800만원에 낙찰됐다. 이미 두 차례 유찰돼 입찰할 수 있는 가격이 감정가(13억원)의 64%인 8억3200만원까지 내려갔지만 10억원이상으로 올려 써낸 송모씨가 새로운 주인이 됐다.

하지만 송씨와 경쟁을 벌인 2위 응찰자의 입찰가는 9억1388만원에 불과했다. 낙찰받은 1위와 2위와의 격차는 무려 9400여만원.단돈 1만원만 더 써도 낙찰받는 경매에서 무리한 입찰이었던 셈이다.

경매시장에 고가 입찰 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올들어 경매시장에 응찰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과열 입찰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응찰자들은 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는 등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2위 응찰자와 입찰가격이 너무 벌어져 쓸데없이 비싸게 낙찰 받거나 나홀로 입찰해 최저가만 써도 낙찰될 것을 괜히 높게 응찰한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4일 현재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의 평균 응찰자수는 건당 6.8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경매 건당 응찰자수 5.1명과 비교하면 1.8명 늘어난 숫자다. 경매장에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5월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79.3%로 80%에 육박했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74.4%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한 경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이 80%를 웃돌면 주택시장이 회복되는 전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매 전문가들은 아직 매매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무리한 입찰은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이 4.1부동산 대책 이후 잠시 반등세를 탔지만 다시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입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고가 낙찰로 낭패 사례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지난 23일 경매를 진행한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2단지 59.92㎡형에는 응찰자가 무려 25명이나 몰렸고 이 아파트는 감정가(4억2000만원)보다 높은 4억210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매매시장에서 현재 4억1000만원짜리 매물도 흔하다. 매매시장보다 경매에서 더 비싸게 낙찰 받은 셈이다. 박미옥 법무법인 메리트 경매본부장은 “매매시장이 불확실하면 급매물은 곧 다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싸게 사는 게 목적인 경매시장에선 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즘 낙찰 건수 가운데는 응찰자가 1명에 불과한 ‘나홀로’ 입찰도 주의해야 한다. 지난 2일 서울 중앙지법 경매4계에서 낙찰된 15건 경매 건수중 9건이 나홀로 응찰이다. 이 경우 최저가만 써내도 낙찰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경쟁자가 많은 것으로 예견하고 높은 입찰가를 써내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클레버빌 71.1㎡형은 1인이 응찰해 최저가(3억4000만원)보다 4000만원 이상 높은 3억8799만원으로 낙찰 받은 사례가 나왔다. 경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서 분위기에 따르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매매시장에서 급매물 동향을 수시로 확인하고 임대수익률 등을 계산해서 무조건 싸게 입찰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도 “지금은 4월 매매시장을 염두에 두고 입찰해선 곤란하다”며 “계절적 비수기인 6월 주택시장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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