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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주택의 두얼굴…세입자 ‘반값 임대’ 환영 vs 집주인 ‘수익 반토막’ 울상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20일 국토부 등을 통해 알려진 행복주택의 ‘스펙’이 전용면적30㎡,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30만원 수준으로, 현행 국민임대주택에 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행복주택 시범지구 인근의 다가구ㆍ다세대주택 및 오피스텔 밀집지역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원했던 수요층은 대체로 환영의사를 나타내며 수시로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러 상황을 점검하는 분위기다. 반면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에 세입자를 유치중인 사업자들은 수익성 악화에 비상이 걸렸다.

▶ 다가구 주민들, “행복주택 나도 들어갈 수 있나”문의쇄도 = 23일, 이번에 발표된 행복주택 시범지구 중 한 곳인 잠실지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활기가 돌았다. 잠실유수지와 2차선 도로를 마주하고 자리한 다가구ㆍ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의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잠실동의 우리들공인 관계자는 “(행복주택 시범지구)발표가 난 당일에만 지역주민 여러명이 사무실에 들러 ’우리도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거냐’고 물어보는 등 기대가 고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잠실동의 한 원룸 주민 김 모(65)씨도 “지금 월세가 50만원이라 부담스럽다”며 “행복주택은 반값수준의 임대료인데다 취약계층에게도 20%를 공급한다고 하니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오피스텔과 원룸이 밀집된 구로구 오류동과 인근 관악구에 사는 세입자에게도 행복주택은 반가운 소식이다. 신도림역 부근의 직장에 다니며 보증금500만원, 월 20만원 수준의 16.5㎡짜리 원룸에 사는 오류동 주민 박 모(30ㆍ여)씨는 “지금 사는 곳보다 넓고 가격도 절반수준이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며칠전 뉴스를 보자마자 중개업소에 전화해 상황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들이 밀집거주하고 있는 관악구 수요층도 들썩거리긴 마찬가지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보증금 500만원, 월 40만원짜리 전용15㎡ 원룸에 사는 1년차 직장인 김 모(32)씨는 “서울에서 전용면적30㎡에 월세 30만원짜리 방을 찾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행복주택 입주를 위해)청약통장을 쓸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 민간 임대사업자, 수익률 반토막 날 수도 = 행복주택이 ‘반값임대’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존 민간임대사업자들은 울상이다. 현재도 실질수익률이 5%대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업성은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수익형부동산정보전문기관 FR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행복주택 시범지구 인근인 구로구 오류동과 송파구 잠실동, 가락동의 전용 19.8~46.2㎡ 대 오피스텔ㆍ도시형생활주택ㆍ원룸ㆍ투룸 수익률은 3.73~5.78%로 나타났다. 이는 공실과 회전율을 감안한 실질임대수익률이다. 


아울러 헤럴드경제가 오류동과 가락동 일대 전용면적 30∼34㎡, 보증금 1000만원 수준인 오피스텔 260여 가구의 임대료를 현재 수준에서 30만원대로 조정해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이들 수익률은 현재 수준의 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입주를 목표로 신축중인 오류동 인근의 한 오피스텔 분양 담당자는 “현재기준으로는 대출을 끼고 매입할 경우 수익률이 8~10%대도 가능하지만 향후 이를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행복주택이 임대사업자들에겐 ‘불행주택’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 전문위원은 “행복주택 출범은 실거주 수요자에겐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임대주택사업자들이나 월세를 기대한 오피스텔 투자자와는 정면으로 배치될 것”이라며 “수익률 하락과 공실 발생을 피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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