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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특권 노조도 경제민주화 포함 대상
기존 노조원의 일자리를 자녀나 배우자에게 물려주도록 합의된 현대자동차의 노사 단체협약 조항에 대해 법원의 무효 판결이 내려졌다. 취직자리에 대한 대물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당연한 판결이다. 평생 안정된 노동 기회를 당사자들끼리의 합의로 주고받는 자체가 우리 사회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확인해준 셈이다. 고용은 회사 측의 인사권에 속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은, 현대차 노사 간에 이런 내용의 협약안이 타결됐던 몇 해 전부터 끊임없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터였다. 아무리 노조가 노조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해도 직원 자녀에 대해서조차 우선 채용을 적용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공정한 경쟁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업무상 재해로 중도 퇴사하거나 사망한 직원에 대해서는 유공자 우대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그 자녀들을 특채할 수도 있겠으나, 이 경우에도 유족의 생계 보장은 금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현대차 외에도 적지 않은 기업에서 비슷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마치 문벌귀족 집안이라고 해서 그 자제를 무시험으로 관리에 발탁했던 옛 왕조시대의 특권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고임금에 온갖 복지 혜택으로 귀족노조라는 따가운 눈총을 피하지 못하는 마당에 시대착오적인 주장일 뿐이다. 차별대우를 받는 비정규직의 권리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면서도 자기들의 기득권을 세습하려는 태도는 노조의 발전을 위해서도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아버지가 노조원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능력에 관계없이 고임금이 보장된 자리를 얻게 된다면 기회 균등이라는 차원에서도 공정하지 않다. 다른 취업 준비생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이런 관행이 지속된다면 빈익빈 부익부의 불평등도 훨씬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사 측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충성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솔깃한 방안일 수도 있다. 애사심을 높이고 과격한 노사분규도 가라앉힐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럴수록 노조의 특권의식은 기정사실화되고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를 쏟아내는 게 지금의 모습이다. 경제민주화는 재벌기업의 오너와 그 일가족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특권을 앞세운 대기업 노조도 그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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