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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 장용동> 꿩대신 닭찾는 자산시장
개인은 금괴 등 현물투자
기업은 빌딩매입 등 이상기류
국내 자금흐름 왜곡현상 가속
정교한 투자유인 정책 나와야



자산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날로 추락하는 저금리 추세와 경제민주화, 지하경제 규제, 금융종합과세 기준 강화 탓이다. 여기에 엔화 약세 등에 따른 환율변동성, 글로벌 양적 완화에 대한 반사효과 등 해외 변수도 자산 이동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금 등 실물시장은 물론 자산시장의 대표격인 금융 역시 대혼돈 상태다. 채권을 사고 주식을 파는 양상이 하루 만에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이다. 일본 등 자국이기주의식 통화정책 공조로 향후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개인과 기업의 자금 흐름 왜곡현상은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개인의 경우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1.9%까지 떨어지면서 심각한 상태다.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미 마이너스금리 상황에 접어들었다. 이자를 생각하면 예금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고 대안인 주식 직접투자와 펀드는 원금 손실을 감안해야 한다. 유일하게 4%대 이자를 얹혀주는 청약예금에 주택마련이 아니라 자산관리 차원에서 대거 자금이 몰리는 신종 재테크가 유행할 정도다. 금괴시장도 마찬가지다. 1㎏에 7000만원대를 넘나들던 금괴가 세계적 수요위축 등으로 6000만원대로 하락한 상태다. 그럼에도 올 들어 국내시장에서는 불티가 난다. 금괴매출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3개월 동안 4대 시중은행의 5억원 이상 고액계좌에서 인출된 자금이 1조3000억원대이다. 현물 투자 내지는 현금 대기성 자금으로 은닉되고 있는 것이다. 특수금고 판매량이 최근 20%나 늘고 있다는 보도가 이를 입증해 준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차명계좌 증여 추징과 금융정보분석원 정보의 국세청 통보, 해외계좌 신고제 같은 강력한 그물망과 저금리, 경제민주화 바람이 덮치면서 생겨난 개인 자산시장의 트렌드이다.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국제경제 호황바람을 타고 IT 등 일부 업종의 경우 뭉칫돈을 번 게 사실이다. 환율 재미도 톡톡히 봤다. 이로 인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의 유보금이 쌓여 있는 업체가 상당수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국내 반기업 정서와 해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실 속에서 투자 리스크를 감내하기가 만만치 않다. 일자리,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투자를 강요하는 새 정부 의지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슬금슬금 자산투자에 나서는 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빌딩을 중심으로 한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올 들어 이상 기류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4ㆍ1대책 등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주택거래는 늘지 않고 대형 자산인 빌딩 거래만 급증하는 이상현상이 부동산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1분기 중 서울에서만 남대문 GS 역전타워(1700억원) 등 총 25만9077㎡, 금액으로 1조372억원어치의 거래가 이뤄졌다. 펀드들의 빌딩사냥(?)이 치열한 시장분위기에 기업들의 보유자금을 활용한 직접 매수세가 본격 가세, 빌딩시장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공실률이 날로 높아지는데 강남권 중심으로 거래금액이 늘어나는 이유는 기업들이 꿩(투자) 대신 닭(자산)을 찾고 있는 데 있다. 정부가 일자리를 위한 투자를 독려하는 분위기에서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빌딩 매입 쪽으로 선회, 중규모 빌딩 거래가 늘어나는 변칙 투자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여유자금이 소비 독려나 투자 쪽으로 흘러들지 않고 안전자산과 회피성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당장 경제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자 일자리 창출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벤처투자자금의 소득공제와 같은 보다 정교한 투자독려 정책을 내놔야 한다. 자산의 생리를 고려한 물길 유인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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