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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김영화> 위기의 건설업계, 자정 노력이 우선이다

건설업계 스스로 부정한 관행에 편승해 정작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같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 부단한 자정 노력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10여년 만에 부동산 담당으로 복귀한 기자는 그간의 큰 변화를 실감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던 집값이 꺾이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인위적인 부양책을 꺼내든 판이니 ‘상전벽해’란 말이 떠오른다. 한편으론 왕년의 중견 건설업체들이 무더기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모습에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세월도 비켜간 게 있다. 바로 건설업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다. 해묵은 얘기를 또 꺼내는 건 건설산업의 회생과 건전한 발전을 위해 꼭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업계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정경유착 비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함바집 비리’ 의혹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자 이번엔 건설업자 윤모 씨의 사회 유력인사 성접대 등 불법 로비 의혹이 불거져 여론은 싸늘하다 못해 냉담하다.

부실 공사 뉴스는 단골 메뉴다. 공사 중 바닥이 붕괴된 판교역 ‘푸르지오시티’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얼마 전 인천 청라지구의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는 철근이 누락돼 부실시공 의혹을 샀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에도 남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 기준 10대 건설사들의 금융감독원 공시 현황을 보면, 부실시공이나 계약위반 등으로 업체당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소송에 걸려 있는 실정이다.

고질적인 분식 회계 문제는 또 어떤가. 극심한 돈가뭄으로 매출 부풀리기 없이는 존립이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얼마 전 건설주 ‘패닉’을 야기한 GS건설의 ‘어닝쇼크’도 회계 분식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러다보니 금융시장에선 건설업계 재무제표는 믿을 게 못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회계 신뢰도 저하는 해외 투자 유치에도 큰 걸림돌이다.

물론 건설업자들로선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얼마 전 만난 한 건설사 담당자는 업계에 정경유착과 비리가 넘쳐난 데에는 정부 책임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전도유망했던 중견 건설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 그는 모 국회의원 비서관이라며 전화를 걸어와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며 심지어 부패 척결을 내건 검찰의 각종 비리 수사도 더 많은 정치 자금을 받아내려는 업계 길들이기로 여겨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총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개발사업이 결국 좌초된 가운데, 또 다른 건설사 담당자는 “한 나라에 국제도시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도 성공한 것 아니냐”면서 무분별한 개발 사업 추진을 질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정부의 사회간접시설(SOC) 투자의 수혜를 입고 성장해온 건설사들이 이제 와서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이미지 개선이나 위기 극복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땐 어쩔 수 없었다’는 상황 논리와 업계의 관행을 들먹이는 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건설업계 스스로 부정한 관행에 편승해 정작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 같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 부단한 자정 노력이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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