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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장관급 ‘에쿠스’ · 차관급은 ‘체어맨’…차를 보면 직급이 보인다

반짝이는 검은 차체에 기사가 딸린 고급차는 비단 재벌 회장뿐 아니라 고위관료의 이미지기도 하다. 때론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이 낭비에 앞장선다는 비난이 있지만, 대형차량을 선호하는 흐름은 여전하다..

안전행정부가 9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장관이나 장관급 기관장은 현대차 에쿠스를 탔다. 차관과 차관급의 경우 쌍용차 체어맨이 대다수였다. 차량 구입이 부처 예산에 부담이 될 경우 렌트한 부처도 눈에 띈다.

정부는 2003년 11월 전용차량의 배기량을 엄격히 규제했던 관리 규정을 폐지하고 부처 자율에 맡겼다. 규제적인 요소를 철폐 한다는 취지였다. 그 뒤 경쟁적으로 전용차량을 대형화, 고급화하자 2006년 6월 배기량 상한선을 정해 그 이하로 탈 것을 권고했다. 행정부의 경우 장관급은 3300cc 이하, 차관급은 2800cc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차령 7년이 지나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장관급은 에쿠스를, 차관급은 체어맨이나 오피러스를 타는 게 관례처럼 됐다. 


그러나 이런 권고사항은 말 그대로 권고사항이라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차관급인 국세청장이 에쿠스를 탄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김덕중 현 국세청장도 이 차량을 그대로 사용한다. 국세청은 “작은 차로 바꿀지 여부를 검토했지만, 멀쩡히 굴러가는 차를 일부러 바꾸는 것이 더 형식적이고 세금 낭비라는 판단으로 탈 수 있는 한 타고 추후에 교체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은 대형차를 타야 권위가 선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소신을 지키는 장ㆍ차관도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정연만 차관은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고 있다. “환경정책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만이라도 나서서 저탄소 고효율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는 유영숙 전 장관의 선례를 따르고 있는 것. 최근 세종시로 여러 부처가 옮겨가면서 기아차 그랜드 카니발이 인기 차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9인승 이상 차량을 이용하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가 운행 중이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서울과 세종시를 왔다갔다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귀띔이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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