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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그런 식물, 고즈넉한 바다…침묵 속 ‘푸른 생명력’ 김보희의 회화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갤러리 가득 초록의 싱그러움이 넘실댄다.

한국화가 김보희(61ㆍ이화여대 교수)가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대표 우찬규) 초대로 8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Towards(투워즈)’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전시에는 지난 6년간 작업한 바다 그림과 식물 그림 19점이 나왔다.

김보희의 맑고 청량한 그림은 지극히 사실적인 듯하면서도 추상적이다. 작가 내면의 고요함과 초연함이 압축된 회화들은 시적인 오묘함을 한껏 선사한다.

작품마다 ‘Towards’라는 제목을 단 것은 자연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다. 김보희의 신작은 자연을 그저 감상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자연과 합일(合一)을 이루려는 동양의 자연관을 담담히 드러낸다. 화폭 두 개를 위ㆍ아래로 이어붙여 푸른 하늘과 옥색 바다를 간결하게 표현한 바다 그림은 관람자를 끝없는 고요 속으로 이끈다. 

싱그런 식물..고즈넉한 바다.. 김보희의 회화

그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가 서양화 같지만 호분 및 분채로 섬세하게 그린 동양화다. 오래 전부터 바다를 소재로 작업해온 김보희는 이번에 싱그러운 식물을 그린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신혼여행(1975년) 때 제주의 이국적 풍경에 반해 틈날 때마다 제주를 오갔는데 결국 서울집을 정리하고, 서귀포에 집을 짓게 됐다”며 “초록빛 식물 그림도 그래서 나왔다”고 했다. 김보희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모두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제주의 자연이다.

작가는 “나이가 들수록 자연보다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젊었을 땐 인물이며 정물도 그렸지만, 이제는 자연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 너머로 밤낚시에 나선 배들의 불빛이 아른거리고, 둥근 달이 휘영청 뜬 그림은 더없이 매혹적이다. 인적이 끊긴 밤길이지만 아늑함이 감돈다. 작가는 언젠가 강아지를 데리고 서귀포시 하원동 인근으로 산책을 나섰다가 발견한 오솔길이 참 예뻐 화폭에 옮겼다.

 
싱그런 식물..고즈넉한 바다.. 김보희의 회화

이렇듯 김보희의 ‘Towards’ 연작은 우리가 무심코 봐왔던 자연을 절제된 표현으로 새롭게 드리운다. 자연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이해하고, 공감했기에 그의 그림은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는 “내가 자연에서 받은 감동을 다른 사람과 같이 느끼고 싶다. 어떤 그림을 보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을 것 같은데 내 그림도 그런 감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국의 독립 큐레이터 황두는 “김보희의 작품에서 관람자는 만물의 영성을 느낄 수 있다. 광활한 세상의 소리 없는 생명을 조용히 경험한다. 어둠 속에서 흘러가는 저류처럼 시공간 밖에서 더욱 아름답고 풍부한 세계가 우리를 기다릴 것 같다”고 평했다. 전시는 오는 6월 9일까지. (02)720-1524

yrlee@heraldcorp.com

싱그런 식물..고즈넉한 바다.. 김보희의 회화
싱그런 식물..고즈넉한 바다.. 김보희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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