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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언맨’ 의 심장을 단 미래차를 만나다
수소연료차 산실 현대차 마북 친환경연구소 가보니…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한번 충전으로 서울~부산 거뜬

한국은 에너지 97% 수입에 의존
에너지안보 차원서도 접근을



[마북(용인)=김상수 기자] “자동차뿐 아니라 국가의 에너지 안보가 걸려 있는 분야입니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바로 미래입니다.”

경기 용인시에 자리 잡은 현대자동차 마북 친환경연구소. 이곳은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전담하는 전문 연구소다. 자동차의 미래, 나아가 에너지의 미래를 두고 매일 전쟁을 치르는 곳이기도 하다.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말 그대로 수소를 통해 차량 내부에서 전기를 생산해내는 자동차. 전기차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다면, 수소연료전지차는 마치 ‘아이언맨’처럼 심장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차마다 작은 발전소를 품고 있다는 의미이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돌입했다. 그 의미와 탄생 배경, 그리고 연구용 모델이 아닌 양산형 모델을 국내 최초로 시승해보며 수소연료전지차의 미래를 엿봤다.

현대차 친환경연구소는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연구소이다. 최신식 건물에 연구실, 시험실, 가스충전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1층 복도엔 그동안의 차량 개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엔진에 해당하는 스택과 모터, 제어기, 수소탱크 등 각종 장치가 차량 바닥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게 초기 모델이라면, 양산형으로 선보인 3세대 모델에선 핵심 장치가 기존 내연기관처럼 엔진룸으로 들어갔다. 김성균 연료전지개발2팀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크기를 줄이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들어갔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대차 마북연구소 곳곳에는 자동차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친환경 운송수단과 차세대 에너지 동력을 모두 개발하는‘창조경제’인 셈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한 친환경 차량으로 보면 된다. 수소를 차량에 주입하면 심장에 해당하는 스택에서 산소와 반응해 전기를 만든다. 이 전기로 차량을 움직이는 게 수소연료전지차의 구동방식이다. 즉, 에너지를 ‘충전’하는 전기차와 달리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 덕분에 기존 전기차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단점이었던 충전시간, 이동거리 등을 보완할 수 있다. 양산형 모델인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1회 수소 충전으로 최대 594㎞까지 주행할 수 있다. 충전도 3분이면 충분하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안전성. 김성균 책임연구원은 “차량 내부에 4개의 감지 센서가 있어 수소가 유출되면 이를 즉시 감지해 발화 전 가스를 외부로 유출한다. 양산형 모델이 나왔다는 건 이미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까다로운 유럽에서 먼저 양산형 모델을 구매한 것도 이미 안전을 입증받았다는 증거다.

실제 차량을 타고 연구소 인근 지역을 시승했다. 연구용 차량이 아닌 양산형 모델을 언론에 직접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자, 치고 나가는 느낌이 뛰어났다.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가 통하는 즉시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시동이 걸렸는지조차 헷갈릴 만큼 정숙감이 뛰어나 고속주행에선 바람소리마저 생생하게 들릴 정도였다. 가장 신기한 건 운전을 마친 뒤였다. 차량 뒤를 살펴보자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생긴 물입니다. 불순물이 하나도 없는, 가장 순수한 물이죠.” 


현대차는 지난 3월부터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연료전지차를 유럽에 수출했다.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선점한 쾌거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특히 자동차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한국 기업과 정부가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일선 현장의 반응이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개발팀장은 “한국은 97%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소연료는 자동차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독일만 해도 수소연료 개발로 책정한 비용이 정부, 민간을 합쳐 1조5000억원에 이른다. 김 팀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큰 관심을 기울인다면 시장을 충분히 선점할 수 있다. 투자, 인프라, 제도 등에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마북연구소는 연구원의 말투, 전시공간 등 곳곳에서 자동차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자동차의 범주를 넘어 에너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 친환경 운송수단과 차세대 에너지 동력을 모두 개발하는 ‘창조경제’인 셈이다. 김 팀장은 “올해 안에 국내에도 수소연료전지차를 보급하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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