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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김의준> 5월엔 오페라와 함께 “브라보!”
새봄, 지친 삶 예술로 위로
웅대한 스토리·아름다운 선율에
문득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무대 향해 뜨거운 박수 보내길…



새 생명이 활짝 열리는 계절, 바야흐로 예술이 생동하는 계절, 봄이다. 콘서트,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공연 일정이 빽빽하게 들어찬 공연장들은 밀려드는 관객으로 활기가 가득하다. 경제난 속에서도 문화예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오히려 삶이 어려울수록 공연과 예술을 찾아 지친 삶을 위로하고,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유럽의 공연장들은 오페라 극장을 중심으로 초가을부터 시작해서 초여름까지 이어지는 시즌제를 도입, 매년 가을에 새로이 문을 연다. 공연장으로선 관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관객도 좋아하는 작품을 선정해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연중 상시 돌아가는 한국의 공연장들은 공연이 많은 연말연시를 지난 후 1, 2월엔은 잠시 움츠렸다 봄에 다시금 활기를 띤다.

2013년 새 봄, 어느덧 새 기운이 만연한 대한민국 공연장 곳곳은 클래식의 향연이 한창이다. 올해는 특히 평생 26편의 오페라를 작곡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왕’ 베르디가 탄생한 20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인 탓에 베르디 오페라 무대가 더욱 풍성하다. 이미 국립오페라단은 베르디의 유일한 희극 ‘팔스타프’와 가장 치밀한 심리극이자 비극인 ‘돈카를로’를 연이어 선보였고 서울시오페라단은 시민합창단이 참여한 ‘아이다’를, 그리고 서울시향은 콘서트 형식의 ‘오텔로’를 선보여 클래식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5~6월에는 제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라트라비아타’ ‘운명의 힘’ ‘리골레토’ 등 베르디의 대표작들이 관객들을 만날 차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베르디의 물결 속에서도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면 일반 관객들에게는 여전히 베르디도, 오페라도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페라를 만나고 충분히 즐겁게 관람하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오페라 속에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희로애락’의 정서가 담겨있고, 그 정서를 담고 있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랫말과 아름다운 선율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와 친해지기 위해선 다만 조금 부지런해져야 한다. 즉 예습이 필요하다. 물론 예습이 없어도 오페라의 흐름을 따라가고 노래와 춤, 배우들의 연기에 빠지다 보면 감동이 전해진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복잡하고 웅대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선율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 미술이나 문화재가 그러하듯 오페라나 뮤지컬, 연극, 클래식 공연도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연장을 찾기 전에 전체적인 줄거리를 미리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좋다. 등장인물과 그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는 베르디 오페라는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정치적으로, 가족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 간의 애정관계와 정치판에서의 치밀한 심리전은 가장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세대를 거슬러 공감을 준다.

오페라 감상을 위한 간단한 준비단계를 거쳤다면 공연장으로 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이제 서곡이 울려 퍼지고 막이 올라가면 그저 노랫말을 따라 흐르는 자막을 쫓아가며 하나의 극으로서 작품을 이해하면 된다. 거기에 주역 가수들의 화려한 기교와 아름다운 하모니, 극의 흐름과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때론 익살스럽고 섬세하게, 때론 웅장하고 장엄하게 펼쳐지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함께 감상하는 것은 오페라 만나기의 더없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문득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무대를 향해 뜨거운 박수와 “브라보”를 보내는 것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5월에는 사랑하는 이들과 오페라 극장을 찾아 마음껏 “브라보”를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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