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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더 속도 내야 할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대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일 현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임시제방 축조 후 영구 보존’쪽으로 가닥을 잡고, 필요하면 재정을 적극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지금이라도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은 다행이다. 암각화는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견해가 달라 10년 넘도록 방치돼 왔다. 그 사이 물에 씻겨 조금씩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전체의 4분의 1가량이 멸실됐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암각화 보존은 그야말로 일분일초가 화급한 사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훼손은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황 대표의 지적처럼 더 이상 논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태화상 상류 대곡천 바위 절벽 위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그 아래 건설된 댐 때문에 연중 7, 8개월 동안 물이 드는 구조다. 당장 해야 할 일은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문화재청은 댐 수위를 늘 낮게 유지해 ‘자연 환경 그대로’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울산시는 시민들의 상수도원인 만큼 그렇게 할 수는 없고, 별도 제방을 쌓아 물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티격태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제시한 방안은 매우 합리적이고 중립적이다. 임시 생태 제방을 쌓아 우선은 물로부터 암각화를 보호하고, 그 뒤 항구적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피리를 불거나 춤추는 사람, 다양한 형태의 물고기와 고래, 어부와 배, 호랑이 사슴 등 5000~7000년 전 신석기 시대를 살았던 우리 선인들의 생활상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특히 고래 사냥하는 모습은 인류 최초의 기록으로 추정될 정도다. 문화재청은 오는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렇게 소중한 문화유산이 여태 방치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민망할 뿐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과 함께 자연스럽게 보존해야 가치와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울산시민의 식수 부족을 무작정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 대체 식수원 등 방안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우리 교과서에도 소개될 만큼 세계인의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그보다 못한 건 하나 없다.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고 속도도 한층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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