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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 울리는 심청의 효심 연기…한국드라마 보며 피나는 연습”
사상 첫 외국인 ‘심청’ 유니버설발레단 팡멩잉
“어머니, 아버지와 매일 통화해요. ‘밥 잘먹냐, 잠 잘자냐, 건강 잘 챙겨라…’.”

부모님 얘기에 금세 눈물방울이 떨어질 듯 눈이 그렁그렁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을 통해 ‘사상 최초 외국인 심청’ 타이틀을 달게 된 중국 출신 발레리나 팡멩잉(23ㆍ사진)이다. 팡은 17살이던 2007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한국에서 생활한 지 올해로 6년째다.

코르두(군무)부터 시작해 지난해 솔리스트(독무)로 올라섰고, 그해 ‘백조의 호수’에서 첫 주연을 맡더니 올해 한국 전통색이 짙은 ‘심청’까지 주연을 꿰찼다. 그는 서툰 한국말로 “이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며 기뻐했다. 여태껏 ‘심청’에서 물고기, 궁녀 등 해보지 않은 역할이 없었는데 드디어 심청을 하게 됐다는 것.

팡은 “중국에도 효(孝) 사상이 있다. 하지만 심청은 정말 내면이 강하고, 아버지를 사랑하며, 희생정신이 강하다. 심청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제 나름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가슴에서 우러나오게 하는 연기가 힘들다”면서 “깊은 감정 연기를 위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패드에 잔뜩 깔아 놓은 한국 드라마 목록을 보여주며 한국 드라마 팬이라고 했다.

171㎝의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의 팡은 아름답고 우아한 선을 잘 표현하는 무용수란 소리를 듣는다. 지금의 위치에는 타고난 신체조건뿐 아니라 피나는 노력이 더해졌다.

어릴 적부터 허약했던 그는 처음에는 부모의 권유로 건강을 위해 베이징댄스아카데미에 다녔다. 하루 7~8시간씩 연습하며 발톱이 수없이 빠지고 뒤꿈치 뼈가 나와 신발을 제대로 신을 수 없는 일이 허다했지만 그저 춤이 좋아서 고난의 행군을 계속했다.

2006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만난 유병헌 예술감독의 눈에 띄어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입단 초기엔 가장 늦게 퇴근하는 무용수로도 꼽혔다. 어린나이에 홀로 외딴 외국 땅에서 생면부지의 동료, 선생과 섞여서 “불안하고, 복잡했고, ‘여기 왜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그는 “선택을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오데트로 출연한 ‘백조의 호수’ DVD를 부모님께 드렸는데 엉엉 우셨다고 한다. 언젠가 꼭 초대해서 제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희망했다.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인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를 롤모델로 꼽은 그는 “가장 큰 목표는 유명 프리마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지만 그보단 늘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발레리나이고 싶다”고 당찬 꿈을 얘기했다. 또 한국 관객에게는 “중국인이란 선입견 없이 그냥 똑같은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리나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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