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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비뚤어진 ‘甲乙문화’ 없애야 선진사회
최근 포스코 계열사 한 임원의 기내 여승무원 폭행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중소 제빵회사 회장이 호텔 직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졸부의 시대착오적 횡포”라며 비난과 질타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경주빵과 호두과자 생산업체인 ‘프라임베이커리’ 강모 회장이 그 장본인이다. 강 회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들러 공적업무 수행자 전용 임시 주차장에 자신의 차를 세웠다가 호텔 현관서비스 직원이 차를 옮겨 줄 것을 요구하자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장지갑을 꺼내 수차례 뺨까지 때렸다고 한다. 군대 간 아들을 둔 50대 중년의 이 직원이 욕설을 항의하자 자신은 일흔이 넘은 나이라며 지갑 속의 신용카드가 빠져 날아갈 정도로 강하게 뺨을 후려친 것이다.

대한항공 비즈니스 석에 탑승한 뒤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승무원의 지시를 거부하고, 옆자리가 비어 있지 않다며 되레 욕설을 하고, 라면을 몇 차례 끓이도록 하는 등 갖은 트집도 모자라 잡지를 말아 여승무원의 얼굴을 때린 문제의 포스코 ‘라면상무’ 사건과 너무나 유사하다. 포스코는 일이 커지자 본사 차원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45년간 우월적 지위를 누려오면서 甲노릇이 몸에 밴 결과임을 자인하고 반성한 것이다. 비록 중소제빵회사 기업주이지만 강 회장의 경우도 이와 다를 바 없기에 사회를 향해 공개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이미지 실추를 앞세워 소속 직원 보호보다는 쉬쉬 덮으려고만 하는 롯데호텔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번 두 사건 모두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강자군림, 가진 자 중심이라는 비정상적인 갑을(甲乙) 문화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우울함을 더한다. 스스로를 약자로 인식하며 고달픈 삶을 힘들게 꾸려가는 대다수 시민에겐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 균등과 형평, 상생과 공존의 모드로 진화하는 것이다.

때마침 지난 30일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할 경우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하도급법개정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ㆍ하청 기업 간 부당한 거래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 그 취지다. 오죽하면 약자가 늘 억눌림을 당하게 돼 있다고 해서 ‘乙死조약’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물론 고소남발 등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바로잡는 것이 시대흐름에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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