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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출생의 비밀
TV 드라마 속에서 출생의 비밀은 이제 하나의 공식으로 굳어져 그 틀을 깨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현재 공중파 3사의 주말드라마 3편이 모두 출생의 비밀에 얽혀 있다. KBS ‘최고다 이순신’, MBC ‘백년의 유산’에 더해 SBS는 아예 ‘출생의 비밀’을 제목으로 내걸고 누가 더 막장인지 겨루는 듯하다. 아침ㆍ저녁 일일드라마라고 다르지 않다. 너나없이 숨겨진 출생을 다루다 보니 시청자는 헷갈린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끼리, 또 과거의 드라마와 간혹 엉킨다.

왜 드라마가 이토록 출생의 비밀에 집착하는 걸까. 유별난 핏줄 중시는 사실 한국 문화콘텐츠의 오랜 전통이긴 하다. 그래도 1인, 다문화, 입양 등 가족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마당에 이런 구닥다리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출생의 비밀이 거의 모든 드라마에 끼게 된 데는 일등공신이 따로 있다. 유전자검사의 대중화다. 머리카락 한 올, 칫솔과 면봉 하나면 친자 확인을 하루 만에 밝힐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드라마는 더욱 극적이 됐다. 때로는 꼬여 있는 드라마의 스토리와 관계를 해결하는 신의 장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기능하기도 한다.

유전자를 밝히는 일이 이제는 식은 죽 먹기가 됐지만, 불과 13년 전만 해도 개인 한 사람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3조원이 들었다. 분석기간만도 10년이 걸렸다. 2002년 생명공학 벤처회사가 잇따라 대용량 게놈 분석에 성공하면서 100만달러로 낮춰졌다가 2007년 1000달러 게놈시대를 거쳐 요즘엔 10만원대로 싸졌다. 올해는 DNA 구조가 발견된 지 환갑이 되는 해다. 유전질병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며 개인 맞춤의학 시대를 열고 있는 유전자검사가 한국에선 유독 색다르게 활용되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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