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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심상치 않은 봄철 전력 수급비상
봄철 전력 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전력 사용량이 연중 가장 적다는 4월인데도 23일에는 예비전력이 450만㎾ 이하로 떨어져 당국이 전력수급 경보 준비단계를 발령할 정도였다. 산업체 생산시설이 한창 돌아가는 시간대에는 한때 400만㎾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다. 전력 수요가 절정을 이룬다는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1차 저지선이 뚫린 것이다.

초비상이 걸린 전력당국은 산업체 수요를 줄이고 변압기 전압을 조정하는 등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그 바람에 전력사용이 많은 일부 철강업체는 몇 시간씩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황당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다음날도 인천 포항 당진 공장이 두세 시간씩 가동을 멈췄다고 한다. 이런 소동 덕에 그나마 270만㎾ 내외의 전력을 확보해 제한송전 등 최악의 상황은 간신히 모면할 수 있었다. 전력당국은 기본적인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나 이러다 1년 내내 전력난을 겪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봄철에 때 아닌 전력 비상이 걸린 것은 생산을 멈춘 발전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주 전력 공급원인 원자력 발전만 해도 전체 23기 중 9기가 고장이 나거나 정비를 하느라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를 다 합하면 768만㎾ 규모로 8300만㎾인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10%에 해당한다. 역시 정비 중인 화력발전소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전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에 발전시설을 정비하는 건 맞지만 그로 인해 수급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면 곤란하다. 근본적으로 수급 계획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신월성 원전 1호기의 갑작스런 고장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100만㎾급의 신월성1호기는 지난해 7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최신형이다. 그런데 가동 한 달 만에 제어계동에 고장을 일으켜 멈추더니 이번에 또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게다가 원전은 짝퉁 부품과 납품비리 등 엉터리 관리로 얼룩진 전과가 있다. 당국의 주장처럼 정말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국민들은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위가 일찍 시작된다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블랙아웃(대정전)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미리 철저하게 대비하기 바란다. 특히 신월성1호기 고장 원인을 확실히 규명하고 안전관리에 거듭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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