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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정철한> ‘선박금융’ 의 불편한 진실
지금 우리 조선산업은 ‘해외발주사의 선박금융요구’ 라는 ‘불편한 진실’에 고민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들의 특화된 역할을 잘 활용해 정책금융기관 간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선박 전문기관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금액은 300억달러로, 금액 기준으로 세계 1위다. 올 1분기에도 전 세계 발주량의 39%를 우리나라가 차지했다고 한다. 선가 하락과 선박공급 과잉이 여전하고 중국 후발 조선소들이 맹렬히 추격하는 어려운 환경에서 이뤄낸 성과다. 그러나 국내 조선소들의 얼굴이 썩 밝지 않은 것은 왜일까.

해운사들은 통상 선박을 담보로 제공하고 선박가치의 70~80%에 해당하는 자금을 장기로 빌려 선박을 구매하게 된다. 우리가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우리나라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한 해외 해운사들이 앞으로 원만하게 대금을 치르고 발주한 선박을 가져가려면 대략 210억달러 이상의 엄청난 금액을 금융시장에서 빌려야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선박금융 시장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기존 해외 유수의 은행들은 바젤Ⅲ와 같은 규제 강화로 경기변동성이 높은 선박금융 등 장기대출에 소극적이고, 경기 불황에 따른 전 세계 해운사들의 영업실적 악화는 은행들의 선박금융 취급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어려움에 처한 해외 해운사들이 조선업계의 경쟁을 틈타 자신들이 필요한 선박금융의 조달방안을 우리나라 조선소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를 팔고 싶으면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내놓으라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 조선소는 기술개발로 선박품질 향상에만 노력하면 됐지만, 이제 발주 해운사의 금융조달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우리나라에 발주되는 선박은 메가 컨테이너선, LNG선박 등 수억달러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 많아 필요한 금융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외국계 은행에서 오랫동안 선박금융을 취급한 필자는 우리 조선산업이 직면한 이러한 어려움을 바라보면서 하나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우리나라 정책금융기관 간 역할 특화 및 리스크 분담을 통한 협력 지원과 국내외 은행 간의 역할 분담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와 같은 직접 대출기관들과 보험ㆍ보증을 통해 민간은행의 선박금융 대출을 유도하는 무역보험공사가 있다. 2012년 실무협의회를 구성한 4개 기관은 업무 가이드라인을 체결해 우리 기업들의 대형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주로 플랜트ㆍ건설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최근 어려워진 선박금융의 활성화를 위해 기관별 역할 분담을 통한 정책금융기관 간 협업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 조선산업은 외견상 수주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지만, 이면에 ‘해외발주사의 선박금융요구’라는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에 고민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수주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선박금융 지원을 하고 있는 정책금융기관들의 특화된 역할을 잘 활용해 정책금융기관 간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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