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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템플스테이 체험해 보니
“지구에 땅이 넓습니까, 바다가 넓습니까?” 스님의 질문에 좌중이 잠시 머뭇거리다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바다죠. 바다가 땅보다 넓죠.” 그러자 스님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죠. 바다가 넓다고 배웠죠? 그런데 그 바다 밑에는 뭐가 있습니까?” 하고 되물었다. 좌중은 다소 당황한 눈빛을 교환하면서 “그거야 땅이죠.” 하고 대답하고는 가벼운 탄식을 토해냈다. 모두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지난주 불교 조계종의 템플스테이 체험행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조용한 산사에서 자연을 호흡하고 사색하면서 참된 ‘나’를 찾아가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도입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불교 신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동안 슬쩍 외면하고 있다가 이제야 그 맛을 보았으니 상당히 지각한 셈이었지만, 그것이 감동을 막지는 못했다.

온갖 잡념을 잊게 하는 고즈넉한 산사, 산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느끼는 나무와 풀, 신선한 새벽 공기, 여명을 맞으며 나를 되돌아보는 참선, 정갈한 음식과 차, 스님과의 대화 등이 모두 신선했고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마침 봄볕을 받아 꽃몽우리가 올라오고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몸도 깨어나는 듯했다. 그것만으로도 1박2일 체험은 값어치가 충분히 있었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매달리는 현실적 이해관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참된 ‘나’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자신이 온갖 착각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한 자신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힘겨움의 치유와 힐링이 절반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그 경험은 짧지만 아주 강력한 것이다.

혹자는 ‘그래서?’하고 반문할지 모른다. 집착에서 벗어나고 마음을 비우는 것으로 험난한 현실을 헤쳐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지 모른다. 물론이다. 눈을 감는다고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비움을 통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게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현실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진실을 깨닫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껍데기만 보면 땅보다 바다가 넓지만 그 내면엔 다른 진실이 담겨 있는 것처럼, 온갖 번민과 고뇌, 힘겨움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템플스테이였다.스님은 체험행사에 참여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번뇌는 여기에 모두 내려놓고 참돤 나만 갖고 돌아가세요”하고 말했다. 말처럼 근심 걱정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다만 보다 깨끗하게 정화된 마음, 평화로운 마음을 갖고 현실로 돌아간다면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는 체험이었다.

꼭 템플스테이가 아니라도, 현실이 복잡하고 각박해질수록 참된 자신을 찾고, 자연과 호흡하고, 사색하고, 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면 세상은 더 밝아질 것이다. 세상이 야박하다고 한탄한들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자신이 변하는 만큼 세상도 변하는 것 아닌가.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참된 나를 찾는 기회를 한번 가져봄이 어떨까.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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