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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함준호> 유로존 은행권의 신뢰회복 시급하다
키프로스發 예금자 손실 가능성
위기국 추가 채무조정에 악영향
자본재확충 통해 통합예금보장
회원국 입장 달라 갈길 멀어



자칫하면 유로존 경제위기 재발의 불씨가 될 수 있었던 키프로스 사태는 구제금융안이 최종 승인되면서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구제금융안의 최대 쟁점은 예금자의 손실분담 여부였다. 초안에서는 예금보호 한도인 10만유로 이상 고액예금은 물론 소액예금에 대해서도 부과금을 징수토록 해 예금인출 사태를 자초했다. 결국 소액예금자 과세안은 의회에서 부결되었지만, 최종안에서도 10만유로 이상 고액예금자에 대해 최대 60%까지 우선주로 강제 전환토록 해 손실을 분담케 했다.

주지하다시피 예금보험기구에 의해 보장된 소액예금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금융위기 와중에는 고액예금자의 경우에도 손실을 강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물론 이번 조치는 러시아계 자금이 많은 키프로스 은행의 구제금융 비용을 자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경우, 집중될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독일 메르켈 정부의 정치적 고려가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스페인ㆍ이탈리아 등 남유럽 위기국의 예금자는 언젠가 자신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떠안게 되었다. 금융안정의 핵심인 은행시스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릇 모든 정책에는 효익에 상응하는 비용이 수반된다. 예금자보호의 효익은 불필요한 예금인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 은행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비용은 예금자의 감시기능 저하에 따른 은행의 도덕적 해이와 위험 확대다.

최근 세계은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상시에는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지만 금융위기 시에는 예금보호에 따른 은행 안정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즉, 예금보험제도의 순기능은 은행 위기의 전면적인 확산을 초기에 차단하는 데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가 위기 시 예금보장 한도를 상향조정하거나 전액보장으로 전환해 조기 진화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비춰보면 유로존 위기가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예금자의 손실 가능성을 일깨워준 키프로스 사태는 그 잠재적인 파장이 작지 않을 수 있다.

유로존 위기의 궁극적인 해결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그 이유는 유로존 은행의 유동성 부족은 해결되었지만 잠재부실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 남유럽 위기국이 긴축과 저성장, 부채부담 증가의 악순환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채무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채무조정에 따른 손실이 은행권의 재무제표에 현실화하고 이를 반영한 충분한 자본 재확충이 이뤄져야 비로소 은행시스템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물론 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첫 걸음은 떼었다. 작년 6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재정과 은행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고 은행 부문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 통합은행감독기구, 통합예금보장제도, 통합은행정리제도를 3대 축으로 하는 범유로존 은행동맹안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통합은행감독기구가 유럽중앙은행 산하에 설치돼 내년 4월 출범할 예정이라는 것 외에 통합예금보장제도나 통합은행정리제도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은행자본 재확충을 담당할 유럽안정화메커니즘(ESM)의 재원조달도 내년 중반에나 완료될 예정이어서 갈 길이 멀다.

이번 키프로스 사태에서 보듯이 통합예금보장은 유로존 은행시스템의 안정에 필수적인 장치다. 이미 재정이 파탄난 위기국 은행의 예금보장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려면 범유로존의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회원국 간 이해득실의 조정은 실로 지난한 정치적 과제다.

유로존 경제는 당분간 파국 국면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성장동력의 회복을 위해서는 은행시스템에 대한 신뢰 확보가 핵심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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