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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리모델링 어떻해할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1.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초구민회관. 수도권에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 대표 15명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1일 정부가 발표한 리모델링 수직증축(층수를 높이는 것) 허용 계획에 따라 추진 아파트 단지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자리였다.

전학수 범수도권리모델링연합회장은 “기왕 수직증축을 허용하기로 방향을 잡은 만큼 3개층 증축과 용적률 상향까지 해줘야 사업을 추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단지별 의견을 취합해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 1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리모델링조합 사무실에는 전화벨 소리가 하루 종일 울렸다. 정부가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공사비가 얼마나 감소하는지’ ‘사업성은 얼마나 좋아지는지’ 등에 대한 입주자의 문의전화였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잠잠했는데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매일 20~30통씩 입주민으로부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직증축이 안돼 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는데 주민의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4ㆍ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으로 리모델링 수직 증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다시 들뜨기 시작했다. 리모델링 추진 요건인 준공 후 15년 이상된 아파트가 몰려 있는 분당ㆍ일산ㆍ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는 수직증축을 통해 사업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집값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분당구 야탑동 매화마을1단지 성지공인 남궁수진 사장은 “수직증축 계획 발표 직후 분당지역 아파트는 급매물이 사라지고 평균 1000만~2000만원씩 호가가 뛰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12일 일주일 동안 분당(0.03%), 일산(0.02%), 중동(0.02%) 등 리모델링 아파트가 몰린 지역 아파트값은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다.

달라진 분위기는 경매시장에서 바로 나타난다. 지지옥션이 4ㆍ1 대책 발표 직후인 1일부터 5일까지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낙찰률, 낙찰가율, 평균 응찰자 수를 전월과 비교한 결과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낙찰률(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37%에서 44.1%로 7.1%포인트 뛰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73.5%에서 78.7%로 5.2%포인트 올랐다. 건당 평균 응찰자 수도 6.9명에서 8.6명으로 1.7명이 더 몰렸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그동안 하락세가 계속됐던 1기 신도시가 리모델링 규제 완화와 세금감면 혜택 등의 수혜로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수직증축 허용 계획으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인기가 살아나는 것은 사업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1년 주택법을 개정하면서 현재 가구 수 대비 10%까지 일반분양이 가능하도록 해 조합원이 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을 덜어주도록 했다. 하지만 안전을 이유로 수직증축을 불허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수직증축 없이 수평증축이나 별동증축으로는 일반분양을 만들기 한계가 컸기 때문이다. 


대부분 단지가 수평증축이나 별동증축을 할 만큼 단지 내 공간이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설령 공간을 갖췄다고 해도 인근 동의 일조권 침해 등 다른 규제에 걸려 사실상 일반분양을 만들기 불가능했다. 따라서 이번에 수직증축 허용으로 일반분양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면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위한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들면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일반분양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아파트의 70~80%가 2~3개 수직증축을 통해 새롭게 사업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단기간 수익을 보고 리모델링 대상 단지 주택 구입을 고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규제완화 계획을 확정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직증축을 2층까지만 허용할지, 3층까지 올리게 할 수 있을지, 용적률 상향 조정을 가능하게 할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또 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가 어떻게 만들어질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6월까지 전문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런 내용을 세부 확정할 계획이지만 여야 합의가 늦어지거나 안전성을 이유로 세부 시행안 마련이 지연된다면 사업 추진은 계속 답보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근우 현대산업개발 리모델링사업부장은 “세부 시행안을 확정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리모델링 사업대상 아파트를 단기간의 투자대상으로 여기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현재 분당 등 신도시 아파트값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급매물을 사놓고 중장기 차원에서 기다리는 것도 좋다”며 “다만 단기간 투자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의 리모델링 대상 단지는 167곳으로 총 12만3000여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89개 단지, 5만6000여가구 규모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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