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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홍길용> 흔들리는 경제민주화
“공약에 없는 것 포함돼 걱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에 가속페달 위에 있던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의 무게중심이 감속페달로 옮겨지는 모습이다.

‘공약주의자’인 박 대통령의 걱정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대통령의 한 마디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왠지 불편하다. 박 대통령의 공약이 곧 새누리당의 공약이라고 이해하고 넘기고 싶지만, 꼭 공약만 이행해야 하느냐에 생각이 미치면 도저히 불편함을 떨칠 수 없다. 국민의 대표로서, 헌법기관으로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공약사항이 아니더라도 입법활동을 하면 그만인데, 왜 대통령의 한 마디에 마음이 흔들릴까.

박 대통령의 또다른 한 마디도 마음에 걸린다.

“상장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52조원인데 이 중 10%만 투자해도 추경의 세출 확대 규모와 비슷하다.”

정부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지만, 주주도 아닌데 기업에 투자를 하라고 하는 것도 엄밀히 말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업이야 돈 되면 투자하고 돈 안되면 투자 않는 것이지, 정부가 하라고 하고 말라고 안 할 문제가 아니다.

매번 정부 때마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가 만나면 규제완화와 투자확대를 주고받았다. 때마침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기업 총수가 대거 수행한다고 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경제민주화도 일종의 규제인데, 만약 이 때문에 투자 못하겠다고 하면 공약을 철회할 것인가.

종합하면 기업이 투자해야 하니, 경제민주화 너무 세게 하지 말라는 게 대통령의 뜻인 듯싶다.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을 보면 편법적ㆍ불법적 상속이나 증여의 수단을 엄벌하겠다는 내용인데, 그게 왜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대통령이 정말 그리 걱정된다면 공약에 없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혔으면 좋겠다.

또 대기업도 경제민주화 법안이 왜 합법적인 투자와 투명한 경영에 걸림돌이 되는지 명쾌하게 설명해줬으면 싶다. 그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상식으로 이해되는 정치, 오직 그 뿐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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