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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금값
어떤 남자가 금화로 가득 찬 가방을 들고 배를 탔다. 엄청난 폭풍이 몰려왔다. 물속으로 뛰어들라는 경고가 나오자 이 남자는 가방을 허리에 동여매고 갑판으로 올라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가 바다에 가라앉은 것은 물론이다.

영국의 사회비평가 존 러스킨은 묻는다. “그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가 금을 소유한 것인가, 아니면 금이 그를 소유한 것인가?”

원자번호 79번인 노란색의 금속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됐고,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한때는 인공으로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이 대유행했고, 지금도 부(富)의 상징이다. ‘황금시대’니 ‘황금비율’이니 하는 비유 역시 금에 대한 인류의 또 다른 숭배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에는 신세계 발견보다 금이 실질적인 목적이었다. “금을 가져오라. 가능한 한 인도적으로, 그러나 어떠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것을 가져오라.” 콜럼버스 탐험을 지원했던 스페인 국왕 페르난도2세의 말은 콜럼버스 항해의 목적을 명확하게 정의했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금은 안전자산으로,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금을 챙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위기에서 금은 빛을 발한다.

최근 10년간 금값은 5배 넘게 오르면서 ‘황금시대’ 구가했다. 돌반지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던 금값이 15일(뉴욕 현지시간) 하루 만에 10% 폭락했다. 16일엔 반등했지만 반짝일 뿐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금을 유달리 좋아하는 중국 경기가 신통치 않고, 금값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는데다 달러 강세 전망까지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금의 매혹에 인간이 지배당하고 있는 이상, 금값은 여전히 금값이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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