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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첫단추 잘못 꿴 경찰의 성접대 수사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첫 단추가 잘못 꿰인 것 같다. ‘건설업자 윤모 씨의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말이다. 경찰의 내사 착수 한 달이 다 돼 가는 지금 상황을 보면 맥이 빠진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첫 단추가 잘못 꿰인 것 같다. ‘건설업자 윤모 씨의 사회지도층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말이다. 특혜를 얻기 위한 건설업자의 로비 의혹 수사는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한 마디로 대흥행이었다. 로비 대상에 검ㆍ경의 전ㆍ현직 간부와, 고위 공무원, 병원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 명단이 오르내린 때문이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건설업계의 로비 커넥션 전모가 드러나는가에 대한 기대도 한몫했다. 더욱이 강원도 산중의 별장에서 성접대까지 있었다는 의혹제기와 함께 문제의 동영상이 있다고 하니 말초신경까지 자극했다. 그래서 경찰 감독(수사지휘), 건설업자ㆍ사회지도층 주연(혐의자)의 이번 사건은 올해의 베스트가 될 것이란 기대를 낳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경찰의 내사 착수 한 달이 다 돼 가는 지금 상황을 보면 맥이 빠진다. 초반에 그럴싸했던 영화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주연의 엉성한 연기와 더딘 스토리 전개로 김이 빠지는 상황과 흡사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성접대 연루 의혹에 따라 옷을 벗으면서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번 사건 수사는 무성한 의혹만 남긴 채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성접대 의혹의 단서가 된 성접대 동영상은 증거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건설업자 윤모(52) 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성접대 의혹의 진원지인 윤 씨의 강원도 원주 인근 별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내사 착수 약 보름 만인 지난달 31일 실시해 ‘빈집 수색’이란 지적을 받았다. 별장이 중요 범죄장소로 활용됐다면 피의자는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2주간의 시간을 벌었을 것이다. 더구나 수사를 지휘하던 경찰청 수사국장은 최근 인사에서 지방경찰청으로 전보됐다. 애초 수사 방향이 옳지 못했다. 성접대 수사보다는 건설업자 윤 씨의 불법 로비 행위 규명에 치중했어야 했다. 물론 이번 사건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자 일부 언론이 폭로 경쟁을 벌이며 사회적 관음증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사실관계와 진위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참고인들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한 ‘카더라’식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경찰의 책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윤 씨의 범죄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거도 없이, 수사 착수 전에 언론에 혐의 내용을 흘린 게 잘못이다. 국민적 관심을 끄는 데만 급급했지, 수사로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전략적 접근이 모자랐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경찰은 윤 씨가 공사 수주 과정에서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특혜를 조건으로 대가성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수사했어야 한다. 성접대는 그 수사과정에서 나오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경찰은 불법행위 정황을 파악한 이후 마지막 단계에 A 씨를 소환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수사가 흐지부지로 끝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경찰이 출구전략을 짜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지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사권 행사를 목표로 뛰고 있다. 이번 사건 수사는 경찰의 수사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수사가 되길 바란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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