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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공단과 만천과해
손자병법을 펼치면 나오는 제1계가 만천과해(瞞天過海)다. 하늘을 가려서(속여서) 바다를 건넌다.

주석은 이렇다. “황건적에게 포위된 태사자는 매일 아침 성문을 열고 나와 적이 보는 앞에서 활쏘기 연습을 하고는 다시 성안으로 되돌아 갔다. 처음에는 이를 경계하던 적군들도 매일 이런 일이 되풀이되자 무관심해졌다. 어느날 평소처럼 성에서 활을 들고 나온 태사자는 말을 달려 홀홀히 포위망을 뚫고 사라졌다.”

개성공단이 결국 멈춰섰다. 남북간 마지막 소통로마저 차단된 것이다. 그동안 간간히 폐쇄할 것이란 협박이 있었지만 아무도 믿지는 않았다. 제 발밑을 스스로 허물지는 못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주 봐온 것에 대해 쉽게 경계심을 푸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하늘을 가리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고 낡은(?) 병서는 경고한다. 개성공단은 뜻밖에도 쉽게 닫혔다.

북한의 위협이 심상찮다. 엄포성이겠거니 치부하려고 해도 그 엄포를 위장하는 술수가 자못 노련하다. 북한 지도부가 안팎으로 궁지에 몰린 듯하면서도 상황을 주무르는 솜씨가 고양이에게 덤비는 쥐의 형상 같지는 않다.

잠시 밖에 나와서 본 한반도는 그야말로 전운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먹고 사는 일이 빠듯해진 유럽 시민들이 보기에도 그런 모양이다. 일촉즉발. 이탈리아의 신문들도 매일같이 한국의 이런 사정을 주요 소식으로 배치할 정도다. 밀라노 최대 일간지(Il Corriere de la Sera)나 방송 등은 “한반도 전면전 위기” “개성공단 폐쇄” “북한 미사일 발사 예고” 등 한국 사정을 소상히 전하고 있다.

국내와 수시로 교감을 하는 밀라노 교민들도 예전보다 불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방증인 듯도 하다.

나라 안도 멀쩡한 것 같지만은 않다. 3차에 걸친 핵실험, 천안함 침몰 등에도 늘 비슷했으니 이번에도 별탈 없겠지 하는 안이함이 있긴 하나 왠지 어수선하다. 이를 틈타 중고생들 사이에선 피난이니 징집이니 하는 유언비어도 나돈단다. 주식시장도 출렁거리는 것을 보면 경제에도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대치상황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무력감은 크다. ‘정경분리’ 원칙을 그토록 외쳐댔지만 남북 당국의 정치적 결정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어떤 이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일에 기업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는데 대해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공장 잘 돌리고 회사만 키우면 되는 줄 알았다는데 말이다.

잠정적이라지만 영구폐쇄로 갈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또한 그들에게 있다. 전재산을 개성공단에 쏟아부은 이들이 적지 않다. 기업의 파산은 개인의 파산과는 그 파장의 차원이 다르다.

이 상황 우리 대응방식은 적절한가?

만천과해의 계가 떠오른다. 이참에 더욱 경계하고 대비하자는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을 역이용하자는 것이다.

개성공단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면 북한도 더이상 남은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카드를 쓸 지경에 몰렸다는 뜻이다. 전쟁을 감행하려 해도 주변 우방국 어디로부터 도움받을 수가 없는 상태인데다 돈도 바닥이 났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제 반전카드로 과해책을 활용해볼만 하다. 낡은 병서가 알려주는 게 적지 않다. 용단이 필요하다.

<조문술 산업부 차장/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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