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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소통하자면서 소통없었던 당청회동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새누리당 최고위원ㆍ국회 상임위원장단 등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가졌다. 당청 간 만찬 회동은 박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대외 소통 창구를 가동했다는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도 소통 부재라는 여론의 질책을 의식한 듯 “앞으로 모든 사안에 대해 당의 말을 많이 듣겠다”며 참석자들의 소통 확대 요청에 공감을 표시했다. 또 앞으로 여당 소속 의원은 물론 야권 인사들과도 만나는 등 소통을 확대해 나간다니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서로 만나 얼굴 보고 밥을 먹는다고 소통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또 열심히 소통하자고 다짐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적극적인 의지와 진솔한 대화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회동은 매우 실망스럽다. 와인을 곁들인 만찬은 “보고 싶어 상사병이 났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4ㆍ1 부동산대책 관련 입법을 조속히 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당부’만 있었을 뿐 정작 해야 할 인사 난맥상 등 여당 지도부의 쓴 소리는 한 마디도 없었던 것이다. 소통하겠다고 만난 자리에서 정작 소통은 없었다.

추경과 부동산 관련 입법은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고 여당이 적극 나서줘야 할 사안인 것은 맞다. 하지만 여당도 박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라는 것이다. 가령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새누리당도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분명히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만난 자리는 이런 의견을 전할 절호의 기회다. 또 필요하다면 임명 재고를 요청하고 치열한 논쟁이라도 불사하는 게 제대로 된 여당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입도 벙끗하지 않았다면 윤 후보자가 아니라 여당 지도부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나 받고 기껏 한다는 소리가 “우리 지역에 방문해 달라”는 식의 소통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사 난맥 등 새 정부의 초반 국정운영이 매끄럽지 못한 데는 여당의 책임도 크다. 여당은 민생 일선에서 치열하게 국민들과 소통하고 이를 청와대에 전달, 이를 국정운영에 반영하는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물론 박 대통령이 귀를 열고 더 많은 말을 듣는 게 우선이다. 따지고 보면 박 대통령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보조적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지만 직접적인 국정운영 경험이 없지 않은가. 이런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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