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황당했고, 비통했다. 울분도 간간이 터져나왔다.
북한이 북한 측 근로자의 전원 철수를 통보하고 사실상 개성공단을 폐쇄하자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9일 중기중앙회에서 전체회의를 갖고 긴급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장에 준비된 100여석은 꽉 찼다. 회의장 앞에 준비한 ‘개성공단 정상화 호소 서명’종이에 참석자들은 대부분 서명을 하고 입장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후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긴급 브리핑을 가졌다. 회견문을 내놨지만, 발을 동동 구르며 북한에 대한 개성공단 재개 촉구 외엔 파괴력 있는 대응책은 없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했다.
입주기업들의 위기감은 어느때보다 컸다. 당장 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전체회의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회의장 앞에서 만난 한 가방ㆍ의류 입주업체 대표는 “(북측 근로자들이)출근을 못하면 아예 일할 사람이 없는데, 당장 오픈 안하면 줄줄이 부도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털어놨다. 그는 “여기저기서 돈 빌려가지고 다 빚져서 투자한 공장들인데, 문 닫으면 (길바닥에) 나 앉게 될 수 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은 하나같이 망연자실한 목소리를 냈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우리쪽 사람들이랑 북측 근로자들은 늘 같이 일해왔고 통행 제한돼도 분위기는 평온하다고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출근을 안한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단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입주업체들의 ‘도미노식’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업체 상당수가 개성공단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자칫 ‘줄도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생산중단과 납품지연으로 이미 도산 직전 상황까지 몰렸다고 호소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로)개성공단의 완전 폐쇄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잠정폐쇄가 이뤄질 경우 기업들의 도산이 줄도산이 예상된다”고 했다.
현재 개성공단은 사실상 조업이 중단돼 있는 상황. 개성공단 통행이 제한되면서 원부자재 공급이 차단, 당장 물품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연료 공급도 안돼 일부 업체들은 일찍이 공장 가동을 멈췄다.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겨우 일주일을 버텨왔기 때문에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을 해도 공단이 정상화될 지는 미지수다.
유 부회장은 “우리기업 123개업체 가운데 20여개 업체의 조업도 완전히 중단된 상태이며 개성공단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 등 최대 7000여 개 이상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원부자재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근로자들이 온다 하더라도 일은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당장 철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법인장을 비롯한 최소 인원들은 공단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일을 안하더라도 사람은 남아서 공장을 지켜야 하지 않겠냐”며 “식량도 원래는 일주일이면 다 떨어지는 양인데 우선 비상식량은 쓰지 말고 남겨놓으라고 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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