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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화진, 공간에 깃든 우리의 기억과 역사를 그리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공간에 깃든 인간의 기억과 흔적을 소재로 작업하는 장화진(64ㆍ이화여대 교수ㆍ소마미술관 명예관장)이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초대로 개인전을 갖는다. ‘공간의 굴절과 기억’이라는 타이틀로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작품전에는 한국인의 공적 또는 사적 주거공간과 관련된 다양한 작업이 나왔다.

작가 장화진의 눈(眼)은 오랫동안 창문과 창틀에 꽂혀 있다. 그는 1990년대 가장자리(Edge), 2000년대 ‘틀’ ‘창문’ 등의 시리즈를 통해 회화에서 프레임이 갖는 의미를 탐구해왔다. 문, 액자 시리즈를 선보이며 작가는 “틀은 본래 새롭게 구성되고 규정되지만 언젠가는 깨지고 해체된다”고 말했다. 그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창틀과 창문에 깃든 인간의 삶을 섬세하게 추적한다. 딱딱한 창과 프레임을 그리지만 작품은 결국 인간이란 유한하고 연약한 존재를 어루만지듯 담는다.

이러한 틀에 대한 의미 부여는 자연스럽게 역사적 건축물로 이동했다. 장화진은 1996년 조선총독부 건물의 해체와 철거를 보면서 틀의 개념을 건축물에서도 발견했고, 작업 대상을 건축물로 넓혔다.

따라서 전시에는 창틀과 건축물을 다룬 세밀하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이 여럿 나왔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은 붉은 벽돌담 속 24개의 창문을 연결시킨 ‘24 Windows’이다. 이 연작은 개개인의 삶의 흔적이 배어 있는 창틀을 통해 개인사와 집단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낡은 벽돌이 에워싸고 있는 창문의 표정은 제각기 달라 감상의 묘미를 전해준다. 유리창에 투영된 풍경은 밤과 낮, 현대식 건물과 낡은 건물이 교차한다. 노란 백열등이 따스하게 불을 밝히는 집이 있는가 하면, 커튼으로 꽁꽁 가린 집 등 그 표정은 사뭇 다르다.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숭례문 프로젝트와 서대문형무소 등의 작업도 탄생시켰다. 이들 역사적 공간이 품고 있는 집단과 개인의 기억을 장화진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명징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또 지금껏 집중했던 작업에 이어 간판, 타일, 커튼 같은 건축물의 한 부분도 새롭게 조망했다. 조선의 궁궐인 덕수궁 정관헌 바닥을 장식했던 별 모양의 푸른 타일을 재현한 대형 설치 작업은 그 타일을 밟으며 살았던 우리 왕가의 굴곡진 역사를 드러내고 있다. 작업에선 왠지 모를 쓸쓸한 공기가 감돌며 아픈 근대사의 자락이 만져지는 듯하다.(02)720-5114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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