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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분계선 위 저 작은 새..오늘 다시 보는 크리스 마커의 사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 작은 새 한마리가 앉았다. 마치 조각가가 깎아만든 듯한 새는 푯말의 정중앙에 오롯이 앉아 있다. 새의 시선은 오른쪽 하늘 어딘가로 향해 있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라져 일촉즉발의 긴박한 대치상황에 처해 있지만 새는 훨훨 날개짓을 하며 남북을 자유롭게 오갈 것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크리스 마커(1921~2012)가 1957년 찍은 사진이다. 학창시절 철학을 공부했고,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마커는 전쟁 후 기자로 활동하며 정치평론, 시, 소설 등 다양한 글을 발표했다. 특히 앙드레 바쟁과 친분을 쌓으며 영화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1952년부터는 본격적인 영화 연출을 시작해 50편이 넘는 영화를 연출했다. 영화 ‘12몽키즈’의 각본을 쓰고, ‘방파제’ 등의 영화를 감독했던 그는 미술가로도 활동했다.

한국과 인연이 깊었던 마커는 한국전쟁의 포성이 멈춘 1957년 북한을 방문해 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이 사진들은 ‘북녘사람들’(1959)이라는 사진집으로 출간됐고, 1989년 뒤늦게 국내에서도 발간됐다. 작가는 서울 신사동의 에르메스 아뜰리에서의 작품전 제의를 받고 이를 준비하다가 지난해 7월 9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유작전이 되어버린 이번 전시에는 사진 비디오 오디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철학적, 정치적 사유를 담은 작품들이 출품됐다. ‘Koreans(북녘사람들)’ 연작 51점과 파리 지하철 내 사람들을 촬영한 ‘Passengers’ 연작 50점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태양이 없다면’ ‘라 제테’ 등 작가의 주요 영화도 상영된다. 한국 작가 강홍구·노재운·정윤석·황세준 4인이 마커를 추모하며 ‘상상의 대화’를 나누는 작품을 출품했다. ‘크리스 마커와 꼬레안들’(Chris Marker and Coréens)이라 명명된 전시는 오는 6월 11일까지 계속된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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