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는 해체됐지만 대우가 남긴 세계경영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해 보인다. 얼마전에 만난 김영훈 대성그룹회장은 “오너 2~3세들이 국
내에서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세계로 나가 ‘내셔널 히어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두 가지 눈길을 끄는 일이 있었다. 하나는 인물에 관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업에 관한 것이다.
배순훈 전 대우전자 사장이 S&T 회장으로 재계에 컴백했고,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동부그룹에 인수된 후 동부대우전자로 거듭났다. 둘 다 ‘대우’와 연관된 것이다.
배 회장은 1990년대 초반 대우전자 사장을 맡으며 대우의 ‘탱크주의’를 완성한 이다. ‘기본에 충실한 기술과 제품을 만들자’, ‘요란한 거품은 필요 없다’는 탱크주의로 ‘대우가전=튼튼함’ 공식을 시장에 뿌리내린 인물이다. 대우의 정신이 가장 명료하게 각인된 ‘대우맨’이기도 하다.
동부는 대우일렉을 인수하면서도 ‘대우’라는 브랜드를 빼지 않았다. 전자산업 강자를 노리는 동부로서도 대우의 색깔을 빼는데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대우’가 아직도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우를 상징했던 한 최고경영자(CEO)의 컴백과 가전에서의 대우 브랜드 생존력에서 재계의 막연한 대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왜 그럴까. 대우가 어떤 곳인가. 대우는 영광과 좌절, 영예와 상처가 교차되는 옛 이름이다.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해체되기는 했지만, 한때 세계주의와 일등주의를 내세워 ‘코리아 컴퍼니(Korea Company)’의 자긍심을 대변했던 그룹이기도 하다. 그런 대우이기에 지금은 몰락했지만 여전히 대우 정신에 대한 기대의 끈은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우맨의 부활 움직임이 있는 것도 이 같은 업계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대우그룹 홍보담당 임원이었던 백기승 씨가 청와대 홍보비서관으로 임명된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 등 정치권에도 옛 대우맨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지난달 ‘영광과 좌절’ 당사자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그룹 창립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도 최근의 이 같은 분위기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대우그룹에 대한 재평가가 무르익는 흐름 속에서 김 전 회장의 재기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김 전 회장은 최근 청년들의 해외 취업과 창업 등에 대한 지원사업에 힘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미납금 추징금 등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지 않은 점, 그가 고령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재기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대우의 근본 정신인 ‘세계경영’이다. 대우는 해체됐지만 대우가 남긴 세계경영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해 보인다. 얼마 전에 만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오너 2~3세들이 국내에서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세계로 나가 ‘내셔널 히어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당장 지금 필요한 기업가정신이 바로 세계경영이라는 뜻이다.
세계경영 웅지를 간직하고 있는 대우맨의 부활은 그래서 해가 될 일은 아니다. 새 시대 화두인 창조경제의 밑그림에 일조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세계경영 기치라고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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