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근로자 대량결근 사태 우려도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정말 답답한 상황이다. 고사 직전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해있는 한 제조업체 대표는 한숨섞인 목소리로 연신 막막함을 토로했다. 개성공단 출입 제한으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성공단 출입이 제한된 지 6일째인 8일, 북한의 통행 제한이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개성공단은 사실상 ‘조업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입주기업은 고사 직전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도 급속도로 증가세다.
7일 현재 자재 공급 중단으로 가동을 중단한 입주 기업은 13개. 기업마다 보유 물류량에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당초 한계점으로 예상됐던 일주일을 기점으로 이 같은 가동 중단 사태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초유의 개성공단 조업 중단 사태를 우려,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지난 6일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면담을 갖고 개성공단 통행을 조속히 재개하고 정산적인 생산활동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협회 측은 “원부자재 반출 및 완제품 반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조업이 중단된 기업이 점차 증가하는 등 개성 공단 사업이 하루아침에 쓰러질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는 게 문제다. 사태가 장기화 됨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개성공단으로 물자를 들여보낼 방법을 사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통행 제한이 풀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한 입주업체의 과장은 “물류를 들여보낼 방법을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개성공단 내에서는 북측 근로자들의 대량 결근 사태마저 우려되고 있어 입주 업체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주유 시설에 연료 공급이 차단되면서 북측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통근버스에 사용되는 연료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 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버스 유류도 떨어져간다고 한다. 출퇴근 버스가 운행을 하는데 주유소에 기름이 못가니까 (운행이 중단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개성공단에는 이날 현재 우리 국민 514명이 체류 중이고, 8일 예정된 귀환이 이뤄지면 현지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은 475명 정도가 된다. 입주기업들은 조업에 필요한 인력을 제외하고는 체류 인원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체류를 자진해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근로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근로자들이 책임감 때문에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주 목요일이 내려오는 날이었는데도 내려오지 않았다”며 “10일까지도 아직 귀환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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