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유럽연합(EU) 경제위기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전시컨벤션 산업은 호황이다. 자국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스페인에서 우리나라도 배워야겠다.
스페인은 전시회의 나라다. 연중 크고 작은 전시회가 수없이 열린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기업들은 전시회 참가를 통하여 기존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본다. 주요 도시들은 전시회 기간 중 많은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 2월 말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는 모바일 산업 관련자 7만2000명 이상이 방문한 업계 최대 행사였다. 이 때문에 바르셀로나 시 전체 호텔이 동이 나서 한국관 참가 기업 숙소 마련에 애를 먹었다.
올해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 기준으로 MWC 기간 중 단기 일자리 창출 약 6500건을 비롯하여 3억유로가 넘는 경제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2013년은 전시회 규모와 참관객 수가 증가하여 이 기록을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드리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연간 열리는 의료, 가전, 관광 등 국제전시회 기간 중에는 마드리드 전시장 인근뿐만 아니라 시내 호텔까지 가격이 급등하고 호텔 룸을 구하기 힘들 정도다. 세계 최대 관광국가인 스페인이 전시컨벤션 산업을 활용하여 기업인들을 더욱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경제위기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스페인 정부도 스페인의 화창한 날씨와 풍부한 관광자원, 교통편의, 숙박시설 등의 인프라를 전시회 등의 국제행사와 연계시키는 데 관심이 높다. 스페인 정부는 마드리드의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스페인은 유럽지역에서도 수위에 드는 전시장 시설과 주요 전시회를 보유한 전시 선도국가가 되었다. 우수한 시설과 인프라를 활용한 컨벤션 산업도 발달하였다. 스페인의 전시산업은 1888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발전해왔다. 박람회를 통해 세계에 존재를 알린 바르셀로나는 1929년 만국박람회를 다시 한 번 개최하면서 전시 인프라를 재정비하여 지금의 전시산업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수도 마드리드는 1980년 마드리드 전시장(Ifema)을 설립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전시산업에 뛰어들었다. 바르셀로나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수도라는 장점과 중남미를 비롯한 주변국을 잇는 편리한 국제 항공환경을 활용하여 다수의 세계적인 박람회를 직접 개최 또는 유치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어권의 모국이라는 문화적 장점을 활용하여 브랜드 전시회의 글로벌화를 개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중국에서는 전기전력박람회 ‘Matelec Eibt China’를 만들었고, 중남미에서는 보안박람회 ‘Sicur Latino America’와 신재생에너지박람회 ‘Genera Latinoamerica’ 등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 데는 스페인 사람들의 기질도 한몫한다. 스페인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대국을 건설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외부인에게도 호의적이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위기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유쾌하고 즐거워 보인다.
스페인은 중남미 개척을 통해 유럽 구대륙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던 문화교류의 중심 국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페인에서 창설되어 중남미로 퍼져나간 예수회 출신의 아르헨티나인 교황도 탄생하였다. 우리나라를 최초로 방문한 서양인도 예수회 소속 스페인 신부님이었다. 그만큼 스페인의 뿌리와 역사는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스페인의 이런 낙관적 기질과 세계적 네트워크는 국제 전시회와 잘 맞아떨어진다. 스페인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에는 모두가 오고 싶어 한다. 스페인이 유럽연합(EU) 경제위기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전시컨벤션 산업은 호황이다. 자국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스페인에서 우리나라도 배워야겠다.
김건영 코트라 마드리드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