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업체는 한국의 오비맥주다.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평가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의외의 사실이다. 홍콩은 200여개 글로벌 맥주 브랜드가 격돌하는 현장이어서다.
‘블루걸’의 병엔 어디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표식이 없다. 이른바 ‘제조업자 개발생산(ODM)’형식으로 중화권 거대 수입ㆍ유통 전문 기업인 젭센그룹을 통해 수출하기 때문에 감춰졌던 성적이다. 이 오비맥주가 한국기자들을 홍콩으로 불러 젭센과 파트너십을 구축한지 25주년 된 걸 기념하는 자리를 지난 4일 마련했다. 국내엔 생소한 ‘블루걸’의 역사와 오비맥주의 수출 전략을 여기에서 들을 수 있었다.
▶광주공장 발(發) ‘맥주 한류’ 중화권을 겨냥하다=‘블루걸’은 애초 독일 브레멘에서 생산하던 깊고 풍부한 맛의 맥주다. ‘카스’가 가벼운 맛이라면 ‘블루걸’은 진중하다. 19세기부터 독일 현지에서 마시기 시작했다. 이런 전통의 맥주를 젭센이 1906년 인수했다. ‘맥주의 나라’ 독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무역 대국’ 홍콩을 주둔지로 삼은 젭센은 ‘블루걸’을 삼켜 중국 칭다오에 먼저 소개했다. 이 회사는 독일의 명차 ‘포르쉐’, 스위스 명품 시계 ‘레이몬드 웨일’ 등을 중화권에 유통하는 매출 2조원(2012년 기준)이 넘는 공룡이다. 젭센이 ‘블루걸’의 새로운 생산지로 1988년 오비맥주를 택했다. 마이클 글로버 젭센 음료부문 사장은 “지인의 소개로 오비맥주를 알게 됐다”며 “1906년부터 1988년까지 독일에서 만들었는데 물류비 등이 너무 많이 들어 고민하던 중에 오비맥주의 수준 높은 기술을 확인했고, 패키징(맥주맛이 변하지 않게 병에 담는 기술)능력도 뛰어나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의 맥주 해외 수출량은 지난해 1778만 상자(500㎖ 20병 기준). 이 가운데 ‘블루걸’ 물량은 411만 상자로 20%를 넘는다.
모두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박철수 오비맥주 해외사업본부장(전무)은 “홍콩에서 소비되는 ‘칼스버그’ ‘하이네켄’의 생산지는 중국인 반면 ‘블루걸’의 생산국은 한국이라는 점이 입소문을 타고 현지인들에게 알려지고 있어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최근까지 잡았던 홍콩 내 판매 목표를 20만 상자 늘려 450만 상자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와 젭센은 ‘블루걸’이 6년 연속 홍콩 1위 맥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이제 목표는 중국 본토로 맞췄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성을 시작으로 내륙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수퍼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지역을 먼저 공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이를 위해 2010년부터 중국인의 기호에 맞는 4.5도짜리 ‘블루걸’을 본토에 팔고 있다.
▶수출의 오비맥주, 호주 ‘XXXX’도 넘본다=‘XXXX’는 영미권에선 ‘포엑스’로 발음하는 인기 맥주 브랜드다. 오비맥주 관계자들은 홍콩 ‘블루걸’의 호성적 뿐만 아니라 호주에서 예상외 성과로 고무돼 있었다.
박철수 전무는 “‘오비 골든 라거’만으로 지난해 호주에 10만 상자를 팔았다”며 “‘오비 골든 라거’ ‘카스’로 수출해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회사는 이미 몽골에서 ‘카스’를 통해 현지 맥주 시장 1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가 주는 ‘1억불 수출탑’을 받은 건 국내 주류 업계로선 처음이었다. 회사 내부적으로 올해 수출 물량은 전년대비 5% 정도인 1860만 상자로 잡았지만 이는 보수적인 목표라고 했다.
박 전무는 “엔저 현상 탓에 일본으로 수출하는 ODM 물량으로 인한 마진 축소를 다른 국가 수출로 메울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목표이지만 달성 가능할 걸로 본다”고 했다. 오비맥주의 주요 수출 지역으로는 현재 1위가 일본이며 홍콩, 몽골이 뒤를 잇고 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