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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식목일과 산불 그리고 DMZ
군사적 방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세계적인 자연생태 보고(寶庫)인 비무장지대(DMZ) 훼손을 막는 일이다. 역설적으로 남북 100만 대군이 꼬박 60년을 밤낮 목숨 걸고 지켜 온 ‘마지막 희망의 땅’ 아닌가.



올해 식목일은 한식(寒食)에 청명(淸明)까지 겹쳤다. 세 가지를 조합하면 ‘맑은 날에 찬 음식을 먹으며 나무를 심는다’는 의미가 된다. 중국 풍습이지만 우리 조상들도 이날만큼은 연기와 불로 조리하는 음식을 피하고 성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 반대다. 심는 나무보다 산불로 태워 없애는 나무가 더 많다. 이번 식목일은 주말로 이어져 산행과 성묘가 절정이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큰비 소식이 있다. 한 달째 산간곳곳에서 고생하는 산불감시요원들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2009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계속해서 산불만 보고 있습니다.”무슨 이력서 내용이 아니다. 지방 어느 산허리에 내걸린 산불예방 플래카드다. 또 있다. “충무야, 산에 가거든 불조심 하거래이.” “산불 내면 오늘 밤 이불에 오줌 쌉니다요.” 재치만점에 웃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산불은 심각하다. 과거 10년 동안 한 해 평균 300여건의 산불로 해마다 600~700㏊의 숲이 불에 타 없어진다. 그러니까 매년 여의도 면적 두 배의 산을 통째로 구워 없애는 꼴이다. 지난해 집계된 것만도 200건, 올 들어 벌써 100건이 넘었다. 불씨는 한 톨이지만 그 결과는 참혹하다. 불에 그을린 나무가 움을 틀 확률은 희박하다. 생태계가 완전 복원되기까지는 적어도 50년이 걸린다. 세대를 뛰어넘는 재앙이다. 얼마 전 큰 피해를 낸 포항 도심 인근 야산의 대형 산불은 어린 학생의 호기심이 불씨였다. 울주군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화마 역시 그랬다.

2005년 4월 5일, 식목일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 하루 전국에서 큰 불만 30여건이나 발생했다. 영동의 양양 일대를 휩쓴 화마는 천년 고찰 낙산사를 집어삼키고 동종(銅鐘)까지 녹여 내렸다. 설악산까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고 국민들을 애간장을 태웠다. 1996년과 2000년 고성 산불은 더했다. 국내 최대 산불 기록이 같은 지역에서 5년 만에 경신됐으니 말이다.

왜 유독 고성 일대일까. 사소한 불씨였을까. 자연발화 아니면 기획 방화? 결론은 북한 소행 가능성이다. 당시 조사결과는 어정쩡했다.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니까. 지역특성상 전략적 시계(視界)확보는 생명이다. 비무장 지대에 불이 자주는 나는 이유다. 문제는 건조한 날씨에 생각보다 불이 커진다는 점이다. 더구나 북동풍을 타게 되면 고의든 아니든 그 불길은 그야말로 대남 화공(火攻)전략으로 돌변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책동이 도를 넘어섰다. 다양한 응징수단을 동원하겠다더니 사이버 테러에 이제는 대놓고 미국 본토에 미사일을 쏘겠다고 으름장이다. 우습게 볼 상황이 아니다. 앞서 지적한 ‘불폭풍’ 현실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수 관찰위성을 동원해서라도 사전 탐지는 필수다. 군사적 방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세계적인 자연생태 보고(寶庫)인 비무장지대(DMZ) 훼손을 막는 일이다. 역설적으로, 남북 100만 대군이 밤낮으로 60년을 꼬박 목숨 걸고 지켜 온 ‘마지막 희망의 땅’아닌가. 차후에 이성을 되찾게 되면 반드시 신사협정이라도 맺을 일이다. 식목일, 머릿속이 참으로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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