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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여전히 콜(?) 당하는 기업들
현 정부는 창조경제를 주창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자율을 먹고 자란다. 기업 스스로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창
조경제의 출발점이다. ‘창조 정부’다운 발상과 접근법의 대전환을 기대해 본다.




국내 주요 그룹 경영 담당 사장들이 오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총집결한다.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 간담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다.

간담회 주최자는 대기업 대표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그러나 사실상 산업통상자원부의 요청으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는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참석한다. 전경련 간담회라는 형식을 빌려 산업 주무 장관이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고전적 방식이다.

이 같은 사장단 간담회는 우리 재계에는 아주 익숙한 그림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외환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MB 정부 때는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기업들을 수시로 소집했다. 그래서 새로울 것도 없고 사실상 콜(?)을 당한 기업들의 “올 게 왔다”는 반응이다.

정부와 기업의 이 같은 형식의 만남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다. 우선 대기업들에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직접 청취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대기업들은 경제 민주화 등 새 정부의 기업 정책 향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기업 대관팀은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를 가늠하느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업들은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 각종 애로사항을 정부에 직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공식적인 쌍방향 소통의 장인 셈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새 정부의 간담회 자체가 기업들에 큰 압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이날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 및 고용계획을 취합해 공개할 예정이다. 개별 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얼마나 늘리고, 고용을 얼마나 더 할지 사실상 대(對)정부 서약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 수뇌부가 지난 1일 일본 체류 중인 이건희 회장을 급히 찾은 것도 이날 간담회에서 제시할 투자 고용 계획을 추인받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 그룹 관계자는 “갓 출범한 새 정부가 소집한 간담회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B 그룹 고위 인사는 “정부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투자와 고용을 더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글로벌 경제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 40일도 채 안돼 서둘러 사장단 간담회를 갖는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방증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고, 그래서 간담회를 소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 익숙한 장면에 강한 아쉬움이 남는다. 현 정부는 창조경제를 주창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자율을 먹고 자란다. 기업 스스로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창조경제의 출발점이다. ‘창조 정부’다운 발상과 접근법의 대전환을 기대해 본다.

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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