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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잔인한 4월의 시작
이제 박근혜 정부는 잔인한 4월을 맞을 것이다. 국민은 기억과 욕망을 뒤섞어 새 정부에 목놓아 바람을 노래할 것이다. 관용과 이해를 사치로 밖에 여기지 못하는 성난 맹수 처럼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뒤흔든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球根)으로 먹여 살려 주었다.’

미국에서 시인ㆍ극작가ㆍ문학비평가로 활동했던 토마스 스턴스 엘리어트는 4월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가 읊었던 4월처럼 우리의 4월도 잔인해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은 겨우내 움추리며 참아왔던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언 땅을 뚫고 쏟아나는 푸른 풀잎처럼 희망은 욕망같이 파도를 치고 있다.

하지만 출발이 순탄치 못했던 이전 정권처럼 박근혜 정부도 전례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더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데 후보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장ㆍ차관급 인사만 무려 6명에 달했다. 허술한 인사검증 체계에 대한 국민적 지탄에 하는 수 없이 허태열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대변인의 입을 통한 ‘17초 사과’는 오히려 벌집을 쑤신 듯 비난 여론을 자초하고 있다.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바로잡겠다는 약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열린 정치, 대통합 정치를 실현해 정치가 편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공염불이 될까 국민은 의심하고 있다. 민생은 내팽개치고, 싸움박질만 하는 정치, 정권 창출에만 혈안인 음모 정치, 반대를 위한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은 정치 개혁을 약속한 박 대통령에게 한껏 기대를 모았다. 선진 정치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월 정기국회에서 드러난 정치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정권 초반의 허니문 기간도 없이 치고 받기식 싸움에만 열중했던 정치권을 지켜보며 국민은 한숨만 쏟아냈다.

꺼져가는 성장엔진에 불을 댕기고, 일자리를 늘려 활력있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실현 불가능한 일이 될까 국민은 염려하고 있다. 상생경영, 공생경영을 부르짖고 있지만 불경기를 예감한 대기업은 투자와 일자리를 확대하는 데 인색한 모습이고, 중소ㆍ중견기업을 살리겠다고 내놓은 새 규제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목을 죄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핵 위협과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대북정치력은 새 정부의 또 다른 과제다.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고, 남북 화합의 새 시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뜨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은 대북정책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살인, 강간 등 증가하는 강력범죄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단속으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하루가 멀다하고 강력범죄가 매일 뉴스면을 장식하고 있다. 범죄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국민의 바람을 벌써 잊은 건 아닐까.

이제 박근혜 정부는 더 없이 잔인한 4월을 맞을 것이다. 지난 겨울의 공약을 잊지 않는 국민은 기억과 욕망을 뒤섞어 새 정부에 목놓아 바람을 노래할 것이다. 관용과 이해를 사치로 밖에 여기지 못하는 성난 맹수 처럼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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