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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정용덕> 부처 통폐합 이후의 과제
과학·ICT 물리적 결합 미래부
‘창조’ 경제·과학 창출 미지수
두 차관 시스템도 융합 저해
고위직 리더십 분발에 기대



박근혜 행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달 22일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했다. 안이 상정된 지 52일 만이다. 이 때문에 새 행정부가 출범하고도 25일이 지나서야 행정기구가 확정되고, 그로 인해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김영삼 행정부까지만 해도 기구 개편은 주로 임기 도중에 이뤄졌다. 임기 2년이 다 돼가는 시점인 1994년 12월에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해 재정경제원으로 조직화한 것 등이 예다. 그러나 임명된 장관들이 한창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도중에 부처 통폐합이라는 ‘수술’을 감행함으로써 관료들의 동요(動搖)를 비롯한 국정운영의 부작용이 따랐다.

이 때문에 김대중 행정부부터는 인수위가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회가 심의 확정함으로써 새 정부가 새살림을 새집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이 생겼다. ‘예비 내각(shadow cabinet)’까지는 아니더라도, 행정기구만이라도 사전에 준비함으로써 5년 임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이번에 진통이 컸던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이 행여나 앞으로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다.

박근혜 행정부는 이전 정부의 ‘15부2처18청’을 ‘17부3처17청’ 체제로 개편했다. 이 가운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최대 쟁점이었던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본래 그 뿌리는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로서, 그동안 험난한 변화 과정을 거쳐 이곳에서 합류한 것이다. 이번에 5년 만에 부활한 해양수산부와 마찬가지로 이 기능들도 강력한 지지집단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어떤 형식이든 이들의 부활을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행정부는 이들의 요구사항에 부응은 하되, 두 기능을 한 부처에 모음으로써 시대적 과제인 ‘융합’을 추구하는, 절묘한 접근을 시도한 셈이다.

그러나 그 후에 설계된 미래부의 하부 구조를 보면 과연 이 부처가 진정한 의미의 융합을 통한 ‘창조’과학과 경제를 창출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과학기술 기능과 정보통신방송 기능을 단지 물리적으로 한 ‘지붕’ 아래 모아놓은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양 기능 관련 지지집단들의 ‘우리 것’ 정서와 관료들의 보직 기회를 배려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업무량 과다를 이유로 두 차관을 둘 필요는 없다. 두 기능 간의 융합이 최대한 하부 구조 수준에서 이뤄지도록 조직화하면 고위직의 정책 조정 업무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차관제는 두 기능의 ‘계보’ 개념을 유지시키게 돼 오히려 융합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래부의 하부 구조 조직화를 보면서 새삼 일본 정부의 조직 개편 실패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일본은 2001년 1월 초 ‘1부22성청’을 ‘1부12성청’ 체제로 개편했다. 소위 ‘55년 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꿔 지구화와 탈(脫)관료제화 추세에 부응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실패했다는 것이 교토대 마부치 교수의 분석이다. 1000개에 달하는 과급 조직 가운데 단지 0.3%(3개과)만이 새로운 모습으로 조직화됐고, 나머지 99.7%는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행정의 가장 기본 업무 단위인 과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면서 성청 수준의 급진적 통폐합에도 불구하고 융합을 포함한 새로운 행정은 구현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미 미래부의 하부 구조가 조직화된 이상, 앞으로 관리 차원에서의 조정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양 기능에 관련된 과 조직들이 각자 과거 관행대로 따로따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더라도, 그 윗선에서 융합과 조정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늘 해오던 이 하향식 조정 방식은 항상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점을 깊이 인식한 고위직 관리들의 리더십 분발을 기대해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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