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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려운 당신 괜찮아요, 조금 더딜뿐"
지치고 힘들 때 위로 받을 책
[북데일리] “책을 좋아했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이 좋았고 작가들의 삶을 동경해본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자신이 없었다. 내 주제에 어떻게, 나는 어차피 그렇게 대단한 글은 쓸 수 없어,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재능이 없으니까.” (p24)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쌤앤파커스. 2013)는 책의 부제처럼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다. 저자 강세형은 ‘김동률의 뮤직아일랜드’, ‘테이의 뮤직아일랜드’, ‘이적의 텐텐클럽’,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 등 라디오 프로그램의 메인작가로 활동했다. 책 머리글에서 그녀는 말한다.

“한순간 불현듯 내가 참 더디고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 쓸쓸해진 누군가에게, 나는 느리지만 사실 ‘나만’ 느린 것은 아니라는. 나는 느리지만 나는 사실 ‘다만, 조금 느릴 뿐’...” (p13)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이 책이 그들에게 반가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살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게 다 재미없어 질 때가 있다.

10년 동안 해 오던 라디오 작가 일을 하던 저자가 그 일을 쉬게 되면서 6개월 만에 겪는 이야기다. 일을 쉬게 되자 정말 ‘할 일’이 없어졌고, 여행도, 책도, 영화와 드라마도,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모두 재미없어졌다. 앞으로 70년을 더 살아야 할 텐데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남은 인생이 갑자기 걱정스러워졌다.

“나는, 두려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쓰고 싶으면서도, 그래서 라디오 원고를 쓰며 글이라는 세계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도, 그곳에 두 발을 다 담그고 스스로 작가라 말하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들통 나 버릴까봐. 나는 사실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나는 사실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나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게, 그러니까 진짜로 ‘작가’가 아니라는 게 들통 나 버릴까봐.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에게 들통 나 버릴까봐 나는 내내 두려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p27, ‘작가 코스프레’중에서)

그날 아침 그녀는 노트북이 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한적한 카페로 들어가 구석진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꺼내고 ‘하얀 새 한글 창에 까만 글자들을 하나씩 채워나가면서’ 그녀는 알게 된다. 지금, 즐겁다는 것을.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부터 무엇이든, 써야만 할 것 같다. 그것이 대단한 글이 아닐지라도,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는 글일지라도, 아니 아무도 읽어 주지조차 않는 글일지라도, 어쨌든 매일 조금씩.“ (p28)

이제 그녀는 재능도 없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었음이 들통 난다 해도 괜찮다. 그리 대단한 글이 아닐지라도 무엇이든 쓰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자신의 ‘작가 코스프레’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아무것도 쓰고 있지 않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까.

그녀는 전작 에세이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로 “내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우리 모두의 일기장 같은 책”이라는 평을 받았다는데, 이 책도 그와 비슷하다. 특별한 해석이나 의미부여가 필요 없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일상이 힘들고 지칠 때 부담 없이 어느 부분이고 펼쳐 맘 가는대로 읽어도 좋겠다. 특히 책 중간 중간 들어있는 세련되고 예쁜 일러스트들도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만 하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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