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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청와대가 궁금하다
국민의 눈높이와 많이 다른 청와대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대통령의 여론 인식이 문제인지, 주변 참모들의 잘못인지. 여론과 직언을 올리지 않거나, 막아서 나라가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봄기운은 완연한데, 박근혜 정부는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갈수록 노골화하는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어수선한데, 금융ㆍ방송ㆍ행정 전산망이 해킹당하고, 고위 공직자 성접대 의혹까지, 희망과 기대의 새 출발과는 어울리지 않는 악재들이다. 세금은 목표치에 미달하는데 경제성장률은 2%대 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정을 쥐어짜고, 면제했던 세금을 더 거둬들여야 할 판이다.

경제ㆍ안보ㆍ사회지도층의 도덕 불감증은 박근혜 정부의 탓은 아니다. 모두가 뜻을 모아 헤쳐나갈 운명공동체적 난제들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신혼의 단꿈을 꿔보지도 못했다. 한번 돌아선 민심은 칼로 물 베는 것처럼, 금세 원상회복되지 않는다. 두고두고 앙금이 남는다. 국론을 모으는 전제조건, 국민과 정부 간의 공감과 신뢰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두말할 필요없이 무기중개상 로비스트, 해외 비자금 의혹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유’로 장ㆍ차관 6명의 낙마이며, 쏟아진 물이야 어쩔 수 없지만 여론과 동떨어진 후처리 과정이다.

책임자 문책,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고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잇따라 빚어졌는데 궁금하지만 청와대는 불퇴전의 각오다. 문책도 없고, 사과도 없고, 해명도 없다. 도리어 “인사가 잘못될 때마다 사과하란 말이냐”, “참신한 인재를 발탁하려다 실수가 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 “1~2개월 만에 물리적으로 100% 검증하기는 어렵다”고 버럭 화를 내는 게 청와대 사람들이다.

청와대 분위기는 이럴지 모르지만, 밖에서는 이런 태도는 동문서답이다.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좋은 인재들이 청문회가 두려워 공직자를 피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지금 청와대 전체 분위기도 비슷하다. 답답할 노릇이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건 도대체 어떤 경로로 후보자를 추천받았는지, 어떻게 검증했는지, 또 누가 지명에 관여했는지, 국격이니 선진국 도약을 입에 달고 있는데 선진국 진입을 앞둔 나라답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이런 상식적인 절차조차 불투명하니까 문책이고 사과고 해명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신설된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을 허태열 비서실장이 겸임하고, 실무는 곽상도 민정수석ㆍ김동극 인사팀장이 실무를 담당한다는 것만 공개됐다. 인사위원이 누군지, 역할은 무엇인지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인사위원이 알려지면 청탁이 몰리기 때문에 비공개라고? 변명이고 기우일 뿐이다. 오히려 정반대다. 밀실보다 유리창에서 비리는 근절되고, 담당자는 마음가짐을 더 반듯하게 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국민의 눈높이와 많이 다른 청와대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대통령의 여론 인식이 문제인지, 주변 참모들의 잘못인지. 심장불노(深臧不露ㆍ자신의 견해와 감정을 감춰 신하들이 복종하고 충성하게 한다), 독단독람(獨斷獨攬ㆍ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나눠주지 않는다), 참험고찰(參驗考察ㆍ신하들의 모든 걸 조사해 미래를 예측한다)-한비자의 권력관리법이다. 혹시 대통령은 이런 스타일이 아닌지.

이런 고사성어는 참모들이 곱씹어볼 만하다. 구맹주산(狗猛酒酸). 여론과 직언을 올리지 않거나, 막아서 나라가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정덕상 정치부장/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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