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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분별심 없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7일 개성공단 국제화 등 올 한 해 대북정책 계획을 세세하게 밝혔다. 빼고 붙이고 할 것 없이 내용상 구구절절 옳다. 그러나 일반의 상식으로는 과연 시기적으로 맞는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도 남음이 있다. 북한의 도발책동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분분한데 대뜸 교류협력의 카드를 꺼낼 상황이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를 받으며 개성공단의 미래상을 떠올리던 바로 그 시각, 북한은 남북 간의 최후 접촉 통로인 군 통신선을 끊고 나섰다. 이 통신선은 남북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출입을 통제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북한이 28일 개성공단 출입을 막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긴 하나 이뿐만이 아닌 것이 문제다. 북한 노동신문은 핵 선제 타격 운운하며 우리와 미국 본토를 겨냥한 엄연한 핵 도발 망동을 다시 부렸다. 얼마 전 서울과 워싱턴을 핵 찜질하겠다던 협박이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엊그제는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만천하에 ‘전투1호 근무태세’ 돌입을 선언했다. “나라의 자주권과 최고 존엄을 수호하기 위한 군대와 인민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실제적인 군사적 행동으로 과시하게 될 것”이라는 게 공개천명의 핵심이었다.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에 맞대응이라고는 하나 이는 전군 무력 출동준비 직전상태로 전투태세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일부의 이번 업무행태는 북한으로 하여금 공갈 으름장이 결국 먹혀들더라는 오판의 여지를 주기에 충분하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다. 더구나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핵을 무기화해 도발책동을 서슴지 않고 또 실제상황을 염두에 두자는 주문이 국제사회에 비등한 때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은 언제 어느 때고 대륙 간 핵탄도미사일로 둔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이 대북 제재에 전에 없이 더 적극 나서는 것도 같은 연유 아닌가.

물론 새 정부로서는 고민이 여간 크지 않을 것이다. 통일부 역시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해 업무 일정을 소화했으리라 믿는다. 더구나 차질 없는 공약 실천 차원에서라도 새 정부의 대북정책 골간인 남북 간 ‘신뢰 프로세스’를 국민 앞에 펼쳐 보이고 또 다짐하고픈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북한의 외줄 타듯 하는 도발 망동이 수그러들 때쯤 했어도 국정운영에는 별반 차질이 없다는 지적이다. 인도적 지원 등 대북 메시지를 띄워 본 뒤 상황이 호전됐다고 판단될 때쯤이었다면 분별심 없다는 비난도 면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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