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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문창진> 대한민국 노인들의 ‘3고(苦)’ 위기
가난하고, 아프고, 외롭고…
노인빈곤율 OECD 평균의 3배
휴먼터치로 가족적 정서 제공
건강도 예방적 시스템 도입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새로운 연금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지난 20일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발족했다. 이제 노인복지 이슈는 노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공학 차원의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광범위한 국민 공감대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잘 알다시피 저출산과 더불어 한국사회를 크게 위협하는 두 개의 인구폭탄 중 하나가 급속한 고령화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이 추세라면 2026년에 노인 인구비율이 20%에 이르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의 중위연령은 56세까지 올라가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고령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중에서 세 개만 꼽아보라면 경제문제, 건강문제, 정서적 문제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한마디로 가난하고 아프고 외롭다. 그래서 노인들의 이러한 고통을 ‘3고(苦)’라고 부르기도 한다.

첫 번째로 경제문제를 살펴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5%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전체 평균치의 3배가 넘는다. 오늘의 노인 세대는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다.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자식을 뒷바라지하다 보니 노후준비를 못한 채 백발이 되었다. 아직 노년기에 접어들지 않은 예비 노인들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50대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니 연금 받을 때까지 생활하기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판에 50대 이상 노인들이 근로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다.

두 번째 건강문제를 살펴보면 노인 10명 중 9명이 한 가지 이상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나이가 들면 으레 몸이 아프다고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건강을 잃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의료비 부담으로 가정경제뿐 아니라 국가재정도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노인 의료비는 계속 증가하여 현재 전체 의료비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단위로 분석해보면 생애 전체 의료비의 절반 이상을 노년기에 지출한다는 자료도 나와 있다. 치매, 중풍 노인들도 계속 증가하여 노인요양서비스가 중요한 복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 번째는 독거노인의 정서적 문제로서 전체 노인가구 중 독거노인 가구의 비율은 68%에 이르고, 이들 가구의 빈곤율은 76.6%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치다. 독거노인은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구제가 어렵고 쓸쓸한 임종을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우자를 사별한 노인은 스트레스 지수가 매우 높아 우울증 등 정서적 불안에 쉽게 빠지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OECD 1위의 노인 자살률도 이 같은 고독과 무관하지 않다. 선진국들은 노년기에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고 하는데 한국은 정반대로 가장 낮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 노인들의 ‘3고(苦)’위기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책은 무엇인가. 몇 가지 제언을 하자면 첫째, 치료 위주의 보건의료 서비스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사전예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현재의 공적연금체계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므로 노후 소득보장이 완성될 때까지는 노인 일자리 해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노인들의 고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의 정서적 지원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맞춤형 사회복지 서비스를 확대하여 밀도 높은 ‘휴먼터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이 미래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라면 노인문제는 오늘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노인문제다.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비전으로 제시한 새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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