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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정장선> 無信不立이 현실화되고 있다
잇단 인사실패에 별장게이트까지
朴대통령 지지도 44% 깊은수렁
국민의 신뢰 없으면 만사불통
위정자·지도층 깊이 새겨볼 때




#1.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취임 한 달밖에 안 된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가 44%로 역대 대통령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주요 원인은 인사 잘못과 소통 부재였다. 정치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 여당은 존재감이 없고 민주통합당은 만일 ‘안철수 신당’이 나오면 3위로 밀려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52일이 걸렸다. 대선 때 약속했던 새 정치는 사라졌다.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2. 지난 25일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사퇴해 박 대통령이 임명한 장차관급 이상 낙마자가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비롯해 6명이고 청와대 비서관을 포함하면 훨씬 늘어난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를 넘어 전관예우에서 비롯된 과다 수임료,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 무기중개상 로비스트, 성접대 등 일반 국민의 상식을 넘는 내용들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3. 건설업자로부터 지도층 인사들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연일 난리다. 법무부 차관이 이 문제로 사퇴했고 SNS를 통해 사회지도층 인사 명단이 유포되고 있다. 별장에서 부적절한 성관계, 수억대 도박, 마약 복용 등이 이루어졌다는 ‘막장 드라마’ 같은 내용이 쏟아지고 있다.

한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 기가 막히다. 국민들은 쇼크를 넘어 패닉 상태 직전이다. 우리 국가 지도층에 대한 국민 불신이 너무 커지고 있는데 이런 상태로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겠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영국의 명문자제들이 다닌다는 이튼칼리지 출신 2000여명은 1, 2차 세계대전 시 먼저 전사했다. 이런 지도층의 솔선수범 사례는 선진국에서 일상적이다. 근ㆍ현대에 들어와 선진국 지도층의 솔선수범은 계층간 갈등을 줄였으며, 이는 국가위기 시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해왔다.

박 대통령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했다고 한다. 무신불립, 논어의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로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공자는 “정치란 먹을 것과 군대를 충분히 하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인데(足食, 足兵, 民信), 그중에 믿음이 가장 중요해 이것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고 했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는 그야말로 제후들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백성들의 안위는 돌아보지 않는 때였다. 이때 공자는 국가를 지키는 근본은 금권이나 권력이 아닌 덕과 신뢰라고 설파했던 것이다. 지금 그 무신불립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야는 대통령선거 당시 새로운 정치, 타협의 정치, 그리고 정치 쇄신을 얼마나 강조했는가. 이러한 다짐은 온데간데없고 대통령은 나홀로 정치를 하고 야당은 극렬히 반대한다. 그리고 하루 건너 장차관 후보들이 사퇴하는데 그 이유도 국민이 전혀 납득을 못하는 것들이다. 새로운 정부 출범 초기의 희망과 기대는 사라지고 또 무슨 일이 생기나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일본계 미국 정치사상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한 국가의 경쟁력은 그 사회가 고유하게 지니는 신뢰의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 구성원의 집단 내 정직성, 책임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지금 국가적으로 중대한 전환점에 와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인 구조 개혁을 요구받고 있으며 남북문제와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도 그 어느 때보다 범상치 않다. 우리는 새 정부에 많은 기대를 했다. 그리고 우리 지도층이 국가를 하나로 모으고 통합해 국가적 어려움을 해결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작금 우리 지도층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 “우리는 안 돼” “모두 그놈이 그놈인데”라는 자학의 나락으로 국민을 빠뜨리고 있어 안타깝다.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바로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의 진실을 위정자나 지도층 모두 깊이 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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