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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화의 창조경제론> 7.창조경제와 생태계 연구개발
대한민국은 2012년 기준 16조원의 막대한 국가R&D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이스라엘 다음 가는 투자비율이다. 투자에 대한 연구성과로 SCI 논문수가 세계 10위권, 국제특허 출원수는 세계 4위라는 외형상 성장을 일궜다.

그러나 이런 국가R&D 결과와 국가경쟁력과의 상관관계는 대단히 실망적인 수준이다. 연구개발의 성공은 98%라고 하는데, 정작 산업체 이관되는 연구는 20% 미만이다. 실제 사업화되는 연구는 3%도 채 안된다. 연구비의 과반을 넘게 쓰는 각종 연구소와 대학의 상용화 연구개발 역량이 취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국책과제사업과 우수인력 스카우트란 목적을 제외한 산학협력 연구는 거의 없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적어도 상용화 개발에 관한한 웰빙형 대학 및 연구소는 사생결단형 산업계의 연구개발 추진력을 당해내기 어렵다. 상용화 연구는 이제 산업계에 맡기는 게 국가차원의 자원낭비를 줄이는 현명한 방안이다.

앞서 창조경제에서 경제적 가치는 기술에서 지재권(IP)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연구비와 사람이 필요한 상용화 개발보다 창조적 지재권으로 수익 원천이 이동하고 있다. 창조경제 규범에 기반한 새로운 창조적 R&D로서 실제 제품 개발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경쟁력이 될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연구를 제안한다. 이를 ‘종자(Seed) 중심 연구개발’이라 명명하자.

창조경제에서 최대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재권 창출은 연구소와 대학이 산업계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학교와 연구소에는 다양한 학문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지재권은 학문과 산업화의 경계에 존재한다.

이들을 융합할 수만 있다면 수많은 창조적 지재권들이 쏟아질 것이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다양한 융합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는 점에서 대학과 연구소가 경쟁우위를 갖는다.

종자중심형 R&D는 기업체의 개발팀과 대학, 연구소의 연구팀이 협력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기업은 현장의 문제를 제시하고 대학과 연구소는 해결책을 도출한다. 그리고 산업계에서 파견한 인력의 실무경험 전문성이 참여한 학생, 연구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수된다. 그 결과 시장의 문제를 인식하는 살아있는 창조인재의 육성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종자중심 연구팀은 기업이 대학과 연구소에 ‘가상연구소(Virtual Lab)’를 설립하면 더 큰 성과를 내게 될 것이다. 개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삼성기술원과 같은 연구소를 가상적으로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다. 대학과 연구소 내에 다양한 기업들이 다양한 가상연구소를 설립하면 가상연구소 간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기업간 초(超)협력이 창조경제의 씨앗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를 가상연구소의 클러스터라고 명명해 보자. 필립스의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연구소가 좋은 벤치마킹사례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 내 보육센터의 신규창업 벤처들과의 협력을 통해 M&A와 기술거래 등의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다. 창업보육 기업과 중견 벤처기업들과의 연결고리는 창조성이 발현될 길을 열어주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학, 연구소들은 경쟁력 없는 닫힌 상용화 연구에서 경쟁력을 가진 열린 지재권 중심의 연구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하여 산업체와 가상연구소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창조적 R&D 체계’를 제안한다.

<카이스트 초빙교수,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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