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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대우> 키프로스 경제위기와 나비효과
키프로스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유로존 재정취약국으로 전이되고 유로존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신흥국이라고 키프로스 사태의 영향권에서 안전지대는 아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협상 데드라인(25일)을 코앞에 두고 6시간 동안 마라톤회의 끝에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을 승인, 간발의 차로 키프로스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면했다. 외신들은 키프로스가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며 숨 가쁘게 타전했고 국제금융시장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일시적 봉합일 뿐 키프로스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키프로스 국민들은 은행 지점에 방화를 시도하는 등 구제금융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외국기업들은 회사 계좌의 예금을 모두 인출해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키프로스 정부가 자구책으로 금융소득세 및 법인세 세율을 인상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낮은 세율과 금융시장의 안정 등의 메리트 때문에 키프로스에 진출했지만 이번 사태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키프로스 정부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우려가 점증하자 은행의 영업재개일을 28일로 이틀 더 늦췄지만 이런 대응으로 뱅크런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키프로스가 은행예금에 대한 과세조치 없이 10만유로 이상 예금자들에 대한 헤어컷(손실 상각)만으로 자체 조달해야 하는 58억유로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로이터통신은 1위 은행인 키프로스은행의 주주와 투자자들이 손실을 나눠 부담하는 ‘베일인’ 방식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지구촌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지중해 동부의 조그만 섬나라 키프로스의 경제위기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유럽 변방의 소국 키프로스는 부채규모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0.01%에 불과하며 국내총생산(GDP)은 0.15%일 정도로 미미하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자면 나비의 날갯짓 정도다. 그렇지만 키프로스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유로존 재정취약국으로 전이되고 유로존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 증시는 물론 미국, 아시아 증시까지 키프로스 사태의 추이에 따라 춤을 췄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최신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키프로스가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역내 투자 위축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 4대 경제국 성장이 2015~2020년 기간에 1%포인트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독일도 ‘제로 성장’에 빠질 수 있다.

신흥국이라고 키프로스 사태의 영향권에서 안전지대는 아니다. 세계은행은 24일 베이징포럼에서 키프로스 은행이 주저앉으면 “세계경제에 대한 심리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키프로스의 뱅크런 우려는 여전하고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오늘날 디지털혁명으로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 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나비효과는 더욱 강한 힘을 갖는 것 같다. 이제 먼 나라의 작은 뉴스라고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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