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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성자 프란치스코
“진실보다 더 진실된 이 전설적 이야기를 써 나가면서 나는 우리의 영웅이며 위대한 순교자인 프란치스코에 대한 사랑과 존경과 감탄으로 완전히 압도되었다. 굵은 눈물이 떨어져 원고지를 적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작품 ‘성자 프란치스코’를 쓰면서 머리말에 프란치스코에 경도된 마음을 이렇게 썼다. 카잔차키스는 이 전기적 작품을 통해 프란치스코의 말이나 행동 가운데 어떤 부분은 실제와 다르게 쓰기도 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듯 그럴싸하게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본질을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건 예술의 권리이자 의무로 여겼다. 카잔차키스는 왜 프란치스코에 깊이 빠졌을까. 매 순간 충실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인 그리스인 조르바와 마찬가지로 육체를 넘어선 영혼의 자유로움, 인간 영혼의 위대함을 프란치스코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182년 이탈리아 소도시 아시시 태생인 프란치스코는 포목상인 돈 많은 아버지와 결별하고 구걸하며 영혼 구제사업을 벌인 ‘빈자의 아버지’로 통한다. 그의 젊은 시절 꿈은 당시 명예를 누릴 수 있는 기사였다. 파티와 연극을 즐기던 어느 날, 그는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칼날 같은 깨달음을 얻고 모든 걸 버리고 걸인생활을 하며 떠돈다. 형제회를 만들고 그가 강조한 것은 육체적 일의 기쁨이다. 어떤 일에든 종사하도록 하고 동냥은 일의 보수가 충분치 못할 때 마지막 수단으로 택하도록 했다. ‘피로 사회’로 과잉 사회에 경종을 울린 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는 최근 ‘시간의 향기’ 한국어판을 펴내며, “이젠 풍족하게 사는 것보다 가난을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던져진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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