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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인터넷은 누구의 공간인가?
인터넷 공간이 진보세력에 점령당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과학적인가? 대한민국은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된 나라다. 보수 진보 가려가며 인터넷을 쓰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충분히 가능하다.



인터넷 공간이 진보세력에 점령당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과학적인가?

젊은 층이 뉴미디어에 익숙하고, 20~30대가 대체적으로 정치성향이 진보적이라고 보면 맞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섰고, 인터넷 이용률이나 무선인터넷 가입률이 세계 1위일 정도로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된 나라다. 보수 진보 가려가며 인터넷을 쓰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정치 성향에 따라 미디어 이용하는 행태가 다를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 언론인 수용자 조사’ 결과다. 매체별로 살펴보니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미디어 이용에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1주일 동안 매체별로 ‘매일 이용했다’ 답이다. 모든 국민이 본다고 할 수 있는 텔레비전을 매일 시청하는 사람들은 보수 중에는 89.3%, 진보인 사람들은 75.9%로 큰 차이가 없다. 신문으로 오면 조금 달라진다. 신문을 매일 읽는다는 사람은 보수성향 응답자 중 19.4%, 진보성향 응답자는 12.4%였다. 신문 읽는 사람들이 다소 보수적이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의미있는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오면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데스크톱PC 등을 통해 매주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사람은 보수는 33.5%지만 진보는 58.3%나 된다. 요즘 들어 일상화되고 있는 휴대전화나 태블릿PC 같은 이동형 단말기는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보수는 28.3%, 진보는 58.8%로 진보성향 이용자가 보수 성향 이용자보다 배 가까이 많다.

이 같은 통계를 살펴보면 인터넷 공간을 진보가 점령했다고 얘기할 순 없어도, 진보세력에 더 익숙한 공간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학적이다. 특히 뉴스가 아닌 댓글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진보세력의 놀이터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쏠림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인터넷 이용빈도가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사람보다 적은 데다, 사이버 공간에서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낯설기 때문이다. 댓글이 또 다른 댓글과 논쟁을 낳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갈수록 인터넷 댓글 공간은 진보 목소리가 지배할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이 거대하고 새로운 ‘광장’을 인류에게 선물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의견의 쏠림 현상이 우려되고 있고, 악성 댓글이나 사이버 폭력 같은 거대한 그늘이 새로운 광장과 함께 왔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인터넷을 ‘바보상자’ 텔레비전 이래 ‘진지한 사고를 가로막는 최악의 발명품’이라고 맹비난하는 학자도 있다. 개인의 존엄을 파괴하는 ‘사이버 시궁창’이란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인터넷 없이 하루를 살아가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여러 말이 많지만 스마트폰이 사라진 ‘빙하시대’로 되돌아갈 방법은 없다. 인터넷이란 새로운 광장이 어느 한 쪽의 울림만이 살아있는 공간이 아니라 건강한 목소리들과 토론이 오가는 진정한 ‘아고라’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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